여섯가지 마음의 가르침(六心訓=육심훈)…조능식

1999-05-23     한국섬유신문
▼아파트라는 「공동생활체」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들은 간 혹 이웃을 몹시 당혹스럽게 만든다. 위층의 아이들이 무심코 뛰는 소리가 아랫층에는 신경이 곤 두서는 소란으로 울려퍼진다. 아이들은 아파트라는 좁은 콩크리트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까 닭에 조금만 자리가 있으면 뛰는 습성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것도 대여섯살짜리 남매라도 있다간 그 집 아랫층은 적지 않은 수난을 당하는게 보통이다. 한낮에는 그래도 괜찮지만 한밤중에 쿵쿵대면 첫잠을 깨는 수가 있어 이만저만 곤란한게 아니다. 요즘 새로운 풍토의 하나로 젊은 어머니나 아버지들은 엄하게 자녀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왈 “아이들 기를 죽여서는 않된다.”는 이유에 서다. ▼자녀를 올바르게 교육하고 인도하는 것과 기를 죽일까봐 야단칠 것도 치지않는다면 이것은 그 자녀의 장래를 위해 매 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맹모삼천(孟母三遷之敎)」란 너무도 유명해서 모르는 이 없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행 동하며 배우는 일」이란 그 아이의 일생을 결정짓는 일이므 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자식의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 이나 이사를 하면서 근처에서의 악견문(惡見聞=좋지 못한 짓 거리를 보고 듣는일)을 막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첫번에 이사간 집 근처에는 시장이 가까워 눈만 뜨면 맹자 (孟子)는 장사치들의 흉내를 냈다. 맹자어머니는 부랴부랴 딴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근처에 상여도가(喪輿 都家)가 있어 늘 상여꾼들이 부르는 상여소리를 흉내냈다. 맹자어머니는 다시 짐을 싸곤 글방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했 다.그리고 보니 맹자는 글읽는 흉내를 내었고 마침내는 글공 부에 열중하게 됐다는 얘기다. ▼ 아파트는 아래위층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 한 집에서 쿵쿵 대면 주위로 소리가 진동하기 마련이다. 특히 조용한 밤중에 는 위층에서의 발자국소리-혹은 화장실에서 물빼는 소리까지 그대로 들린다.아래층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서 “제발 한밤 중에 아이들이 뛰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그것 이 그리 쉽게 시정되지 않으니 아랫층사람은 곤혹을 감수하 며 자기자신이 <이사>가기 전에는 하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판이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지않은 <엄마> <아빠>를 따라 쿠당거리기에 주저않는 것이다.매일같이 쿵 쿵거리는 위층 아이, 어른들인지라 으례 그러려니 하다가도 어쩌다 윗층이 조용한 날에는 오히려 “무슨 일이라도 생겼 나? 뛰는 소리가 안나고 조용하니?”하고 궁금증 마저 생기 니 「인정」이란 이렇게 묘한 것인가 보다. ▼몇년전 일본의 한 도시 중심가의 네거리에 서 있는 대형 「입간판」에서 감동 받았던 기억을 잊을수가 없다. 내용물은 상품광고가 아니라 “나무라기 전에 스스로 깨닫는 자녀로 키웁시다.”라고 대서특필한 교육적·계몽적 문구의 간판이었다. 친절하고 사회질서의식이 높기로 이름난 일본 국민들인데도 그들은 대도시 네거리에다 우뚝세운 간판에다 자신들의 가정 을 뒤돌아 볼수 있겠끔 이런 문구가 오가는 시민들에게 무언 의 공감과 다짐을 발신하고 있었다. 과연 일본인다운 자녀교육의 면모를 이 간판에서 여실히 볼 수 있어 새삼스럽게 그들의 「생애교육의 진수」를 엿보는 것만 같았다. ▼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숙박하고 있던 호텔근처를 어느날 산책하다 근처의 한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초등학교 교문옆에 돌로된 비석이 하나 서 있었다. 무심 코 보니 「육심훈(六心訓)=여섯가지 마음의 가르침」이라는 큰제목아래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었다. 「① 네-하고 대답하는 솔직한 마음 ② 미안합니다-라는 반 성의 마음 ③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마음 ④ 제가 하겠습 니다-라는 봉사의 마음 ⑤ 먼저하십시오-라는 호양(互讓)의 마음 ⑥ 덕택에…-라는 겸허(謙虛)한 마음」 이 「여섯가지 마음의 가르침」이란 것들이 우리 어른들은 물론 어린것들에게 일찌감치 자리잡아줬으면 하는 심정이었 다.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