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패션산업 어디로…
1999-05-09 한국섬유신문
머리가 빈 사람일수록 겉치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
가 허다하다. 내적인 면에서 자신이 없으니 외모만이라도 잘
꾸며 이를 만회해 보자는 심리가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섬유산업중 일희일비가 교차하고 가장 큰 덩치를 뽐내는
PET직물산업 역시 머릿속 채우기보다 겉치레에 근접한 전략
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
겉치레라고 하기에 좀 심한 표현이라면 중·장기적 전략들로
보아도 좋겠다. 대량생산에 출혈수출이 기정사실화 돼 있고
저가품이다 보니 품질에 신경 쓸 겨를도 없는 것이 PET직물
산업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품질조차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는 마당
에 패션을 들먹이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다.
대구산지는 업-미들스트림으로 이어지는 산업은 그런 대로
기반과 경쟁력을 갖추었으니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어패럴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뿌리가 송두리째 썩어가고 있는데 모양내기에만 급급한 발상
이다. 지금 대구산지는 뿌리를 치유해야 할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부문에 대한 과제 타개없이는 어떤 전략과 발전시책도 소
용이 없다.
대구산지를 고부가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한 포석의 하
나로 추진중인 대구패션·어패럴밸리조성, 섬유박물관건립,
직물과 패션의 만남, 패션디자인센터건립 등등은 추진해야할
사안임에 틀림없지만 시기상으로 빠른 감이 있다.
먼저 뿌리부터 메스를 가하는 게 시급하다.
대구산지의 주력품목인 폴리에스터 스판덱스직물, 피치스킨,
티슈파일, 모스크렙고시보 등 아이템은 올 1/4분기 들어 가
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평균단가가 1불선을 턱걸이하고 있
다.
그나마 수주물량까지 줄어들어 생산량과 가동률이 자꾸만 떨
어지고 있는 추세다.
품질이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이 또한 속수무책이다.
제직 공정뿐 아니라 가공상태(품질), 디자인, 염료 및 가공기
술 등에서도 품질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한 일이다. 과잉생산에 따른 덤핑수출
과 이로 인한 품질저하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는 일이
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량저가품의 생산량 조절과 혁신적 원가절감책 개발, 그리
고 품질 유지책이 그 첫번째고 차별적 디자인, 신소재, 가공
기술개발 등을 통한 팬시아이템류의 비중을 높혀가는 일이
두번째다.
이러한 현안과제를 뚫기 위한 도정에 정부시책과 학계, 연구
단체 등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대 대통령중 섬유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김대통
령도 이 사실을 주지해야만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제도적, 재정적, 기술적 문제 등으로 애로를 겪고 있
는 곳이 대다수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한국염색기술연구소등 직물과 염색으로
이어지는 연구단체가 그렇고 업체별 소규모 연구실이 그렇
다.
섬개원의 상품개발실, 섬유리소스센터 설치 운영 등을 통한
직물개발 및 품질 향상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염색가공공정의 주먹구구식 운영체제를 타개하고 과학적관리
기법과 염·조제의 표준화를 통한 품질향상을 지향하는 한국
염색기술연구소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시급하다.
염가공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까지 보급할 염색디자인실용화
센터, 니트시제품 생산가공시설 설치 등에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업체별로 소규모 연구소를 설치, R&D 투자비를 아끼지 않는
업체에는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있어야 하고 모방만 일삼는
업체엔 섬유관련단체와 정부가 연계,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생산량조절과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에도 지원의 손길이 미쳐
야 한다.
지금 대구산지는 자율적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아
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데 정부, 단체, 학계, 업계 등
이 총력을 기울이는 것만이 대구산지가 살길이다.
김대통령이 밝힌 6천8백억원 규모의 지원금도 시급한 과제타
개에 먼저 쓰여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대구산지가 갈 길은 해외시장파악 및 전
문 세일즈맨 양성→직물생산량 조절→모방근절, 산지중심 퀴
터배정→품질, 디자인, 염료·염색기술개발→패션·어패럴의
육성 등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순서가 바뀌거나 조치가 늦어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先 악순환 고리 끊기와 後 패션·어패럴
산업육성을 긴급 제언하는 바이다.
<김영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