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팎한 상술만 판치는 백화점…노주원기자
1999-05-09 한국섬유신문
재래시장과 함께 유통시장의 쌍벽을 이뤄온 거대공룡 백화점
업계가 얄팍한 상술로 연명(延命)하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했
다.
유통사업보다 임대사업 비중이 훨씬 컸던 백화점 업계가 급
작스럽게 찾아든 IMF한파를 견디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거대공룡의 자존심마저 버리고 얄팍한 상술
로 이익률보다 외형 올리기에 주력하는 과시적인 권위의 틀
속에 묶여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작태로 인해 연일 매스컴에서 두들겨 맞아도 전혀 아
랑곳 않는 이유 역시 이미지관리보다 매출력 향상이 먹고 사
는데는 더 절실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게다.
지난 3월 말 1사분기 매출마감을 집계하면서 백화점 업계는
만성화된 허위매출 발생을 요구하며 보여주기 위한 매출 짜
집기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전층 대부분의 입점사들은 최고
일매출의 2배 가까운 허위매출을 발생해야만 했다.
여기에 지난달 4월 정기세일을 마감한 백화점 업계가 이달들
어 「바자회」란 명목아래 전관, 전점에 걸쳐 대대적으로 실
시하는, 사실상 정기바겐세일과 크게 다르지 않는 행사를 개
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5월 정기바겐세일」이라고 표현했으
며, 5월 말 6월 초경엔 전업계가 참여하는 「6월 정기바겐세
일」이, 그리고 오는 7월엔 말그대로 연중기획 행사 「7월
정기바겐세일」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세일기준 완화조치로 백화점 업계가 연간 최고 1백20
일까지 세일행사를 단행할 수 있게는 됐지만, 평균 할인가
판매의 정상적인 세일행사가 아닌 말초적이고 호객성이 강한
파격균일가 행사쪽으로 행사성격이 획일화되고 있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백화점이 점품격을 스스로 포기한채 할인점과 재래시장 못지
않은 얄팍한 상술로 점운영을 고집하며 스스로 정상가 판매
시장의 유통질서를 흐트러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엔 백화점들이 행사매출 신장률에 솔깃해 전층에 마트매
장을 상설화함으로써 마치 도깨비 시장을 찾은 것마냥 혼잡
하기 그지없는데다, 뉴코아 일산점과 같이 아예 팔릴만한 땡
처리 물건이 있으면 들어와 장사를 하고, 일매출에 해당하는
수수료만 마감시간에 층사무실에 자진납세(?)후 문을 닫는
천태만상의 볼거리들도 즐비하게 늘어가고 있는 판이다.
하루 이틀 장사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오늘 하루 제 배에 채
워넣은 요깃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포만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건지 궁금할 뿐이다. <노
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