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는

1999-04-30     한국섬유신문
-대구업계, 대통령의 보따리를 받아들일 준비태세는 되어있 는가.- 30일 대구를 방문할 김대중 대통령이 풀어 놀 보따리가 마치 요술방망인냥, 이를 기다리는 섬유업계는 잔뜩 기대에 부풀 어있다. 그러나 섬유업계가 안고 있는 한계과제를 정부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이를 타개할 시책과 지원책을 펼칠지 의문으로 남 아 있다. 업계 또한 현안과제와 건의내용에 있어 서로 맞지 않는 내용 을 봇물 터지듯 내놓아 정부측을 혼란케 만든바 있다. 세계 최대 섬유산지란 명성과 한낱 생산기지로 전락한 두 가 지 얼굴을 가진 대구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두서가 없다 는 지적이다. 대구섬유산지의 한계는 PET직물 생산시설의 과잉과 기술개 발, 패션디자인 등의 낙후로 상품의 고부가화를 시키지 못하 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단체 및 업계는 이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 수년간 금융, 무역, 정보등 섬유관련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지원을 호소했지만 현실의 벽은 두텁고 강했다. 생산기술과 유통의 고도화도 현실적으로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이를 타개할 구체적 전술이나 방안 또한 없었다. 지금 대구섬유산업을 손보기 위해선 코끼리 뒷다리 만지듯한 시책으론 어림없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한편, 산지중심으로 펼칠 수 있는 시책 이 마련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은 지난 4월1일 산업자원부 차관보 를 대구에 보내 단 한 차례 현지실정을 조사한 뒤 보따리를 풀 태세를 보이고 있다. 신정부 국정책임자인 김대중 대통령도 대구를 이태리 밀라노 와 같은 첨단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만 언급했을 뿐 그 과정이나 시책마련에 있어 행보는 모호하기만 하다. 지난 대선때 김대중 대통령후보가 대구의 민심을 잡기 위해 공약을 내세운 내용(타후보도 마찬가지지만) 또한 수박 겉핥 기식에 불과했다. 대구상의가 추진중인 북한내 섬유전용공단조성을 남북경협의 시범사업으로 펼쳐 보이겠다는 것과 대구를 첨단섬유도시로 육성키 위해 기술인력양성과 섬유관련 이벤트사업에 지원을 펼치겠다는 공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술인력양성을 제외한 이러한 공약은 전술한 현안과 제 타개와는 거리가 멀다. 대구가 첨단섬유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 는 한국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먼저 생산시설의 조 정과 원사, 준비, 제직, 염색, 봉제에 이르는 전 스트림의 기 술고도화가 시급하다. 세계최대 섬유도시라지만 해외는커녕 국내시장 상인조차 국 산직물의 품질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선행조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패션디자인의 육성과 유 통의 고도화로 점진적인 발전방향이 모색돼야 한다. 이에 따른 시책시행에 있어 사안의 완급과 경중을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금의 정부, 지방자치단체, 섬유관련단체· 기관, 업계 등은 반성을 해야한다. 이중 업계의 반성정도가 단연 수위다. 업계는 당장 근지러운 부문을 긁어줄 지원책을 요구만 해온 실수를 범했다. 이젠 시대가 변했고 현실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탄력 있고 신축성 있는 시책마련을 위해 업계가 일선에서 뛰어야 한다. 섬유산업의 백년대계를 업계 스스로가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시책마련에 있어 흥이 날게 아닌가. 아직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핑크빛 요술보따리」를 바라고 있다면 정말 큰일 날 일이다. 먼저 동분서주하며 뼈를 깎는 준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원책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소화불량에 걸린다면 이 또한 무슨 낭패인가? <김영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