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업계, 말도많고 탈도많고…김선희기자
1999-04-25 한국섬유신문
요즘 원사업계건 직물업계건 모방업체들을 취재해보면 동종
업체들을 헐뜯는 갖가지 제보로 분분하다.
경쟁 업체가 자사가 네고해놓은 단가에서 무려 1불씩이나 내
려 오더를 가로채갔다는둥 재고덤핑으로 수출시장물을 모두
흐려놓았다는둥 내용도 여러 가지고 사연도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속을 파고 들어가보면 어느쪽이 출혈경쟁의 진
원지인지 가려내기 힘들때가 많다.
같은 내용이라도 상대방회사끼리의 주장이 상이하게 나타나
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삼자대면(?) 혹은 서면자료를 확인
하지 않고는 도무지 가려내기 어렵다.
하지만 자명한 것은 이런 출혈경쟁이 모방업계 갱생의 마지
막 비상구인 수출의 길을 철저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방업계의 수출경쟁은 IMF이전 내수시장에서 공급과
잉으로 과당경쟁하던 것보다 위험수위가 훨씬 높아졌다.
그만큼 업체들이 궁지에 몰려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수출시장
은 한정된 내수시장에 비해 통상적인 가격기준이 불분명해
자율적인 조절기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몇 년간 내수시장도 극심한 공급과잉으로 가격하
한선이 무리하게 내려가 모방업체들의 적자경영을 부추겼었
다.
그러나 현 수출시장은 부도기업들이 채무가 동결된 경쟁력을
토대로 가격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대롯트 기업들의 덤핑수출
공세등으로 바톰프라이스가 끝도 없이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 경쟁체제는 극도로 부진한 내수시장을 탈피하
기 위해 몸부림치는 국내 모방기업들을 다시한번 멍들게 하
고 국제시장의 「봉」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모방산업 부흥을 위해 탈출구가 되어야할 수출이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적자경영의 악순환을 낳는 공멸의 씨가 되고 있다
는 것에 업체들의 자성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자사가 자금력이 높다는 이유로, 부도가 나서 금리부담이 없
다는 이유등으로 경쟁이 몰리는 수출바이어를 가격싸움으로
빼앗기보다는 높은 자금력과 금리부담이 없는 여유를 이용해
신규시장을 개척하는 지혜도 필요할 때다.
극심한 과당경쟁을 「출혈경쟁」이나 「제살깎기 경쟁」등
신체부위를 비유해 실랄하게 표현한 것도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고쳐보자는 것이다.
<김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