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품의 경쟁력과 인재 만들기.....『노진용』

1999-04-06     한국섬유신문
우리가 현장에서 MD라는 단어를 언제부터 썼는가를 생각해 보자.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실력= 경력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잠시 외국의 예를 들어 보자. 그들의 경우 MD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은 10-20년 이 상의 경력을 가지고, 디자인과 기술적 분야에서도 상당한 실 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것을 뒷받침해주는 조건을 살펴보 자. 무엇보다도 선진국은 패션의 역사가 오래 되었고, 교육기 관이 하나의 패션 스쿨로 독립되어 있다. 반면 우리의 교육 은 나열식 포장위주의 교육이라는 인상을 준다. 우리의 학교.학원은 전문화나 특성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 떤 학교.학원을 가더라도 상관 없는 듯이 보인다. 이것은 비 전공자의 높은 비율로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 분야에 서 비전공자가 이렇게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을 찾아보지 못했 다. 우리네 학교에서는 왜 전문화.특성화가 잘 아/ㄴ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범 답안이 다 나와 있는데, 왜 실행하지 않는 것일까? 굳이 내가 변해야할 필요가 있는 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분의 말씀을 듣자면 『학교에서는 여기만큼 가르치고 부 족하면 학원이나 유학을 간다』는데 그렇다면 국내의 학교나 학원 둘중 어느 하나는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 다. 이런 이중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학생들이다. 이렇게 철학은 없고 공생 관계만 있는 장사꾼 같은 교육 기 관이 많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인재는 넘치고 일을 제데로 하는 사람은 보기가 드물다. 「MD=외국어」라고들 말한다. 물론 글로벌화된 시대에 외국 어가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영어가 모든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옷을 보는 안목 을 가지지 못했다면 총을 가졌지만 총알이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식으로 인식되어야 할 성질이 아님에도 불 구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 나보니 의류분야 종사자들의 전공이 각양각색이다. 기술자를 제외한 관리층의 비전공자가 60%를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밥그릇이 외부로 흘러가는 것을 볼 때, 의상분야를 전 문영역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교육기관에 서 어느 정도 내실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때, 전공자의 전문 성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디자이너에 관해서 생각해보자.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감성」일 것이다. 그러면 그 감성 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사람의 가치관, 환경, 문화 등에서 영향을 받고, 그 다음은 대학이나 여타 교육 기 관을 통해 더욱 발전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 감성이라는 것은 어떻게보면 너무 추상적이기도 하다. 디자 이너는 그 추상적인 「감성」을 「옷」이라는 작업을 통해 구체화.실제화시키는 사람이다. 그런데 때로는 느낌도 감성도 없이 틀에 짜여진 기계처럼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 은 다름아닌 「카피」라는 것이다. 물론 조르지오 알마니같 은 유명 디자이너도 카피를 할 때가 있지만 그것은 내용면에 서 차이가 있다. 기성복화된 옷은 감성적인 면과 기계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 다. 21세기는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대학에서의 감성 교육은 지금까지의 지적 능력이나 다양한 교양과정을 통해 어느정도 얻어진 것 같다. 문제는 옷의 기본 틀이 되는 구성학 (PATTERN)이다. 구성의 목적은 옷을 잘 만들기보다는 옷 을 이해한다는 측면에 있으며, 자기가 디자인한 옷이 어떻게 상품화되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