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반장 없는 PET직물업계 초등반.....박정윤 기자
1999-04-06 한국섬유신문
최근 PET직물업계는 적잖은 위기의식과 가히 전운(戰雲)이
라 할만큼 긴장감이 돌고 있다.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정
오더의 감소,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손 피해, 고환가료, 고금
리로 대변되는 금융권 경색, 오름세에서 다시 내림세로 반전
하는 수출단가, 주력시장 바이어들의 언페이드 속출 등 뾰족
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전전
긍긍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 상황이 전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돌변하자 일부 업체들은 벌써부터 출혈수출을 강행
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적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
니라 내부에 있다. 다시말해 시장동향과 수요자의 욕구는 언
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직물
업계의 「오더가 없다」라는 궁색한 변명은 결국 그만큼 수
요자와 바이어를 만족시킬 만한 힛트 아이템이 없다는 얘기
로 직결된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에 눈이 멀어 신
제품 개발에 소홀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지피지기(知彼知
己)보다 지기지피(知己知彼)가 선행되야한다. 뿐만아니라
PET직물업계를 이끌 만한 리딩업체가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어렵고 힘들때일수록 비전 제시보다는 덤핑과 출혈수출이 앞
섰고, 신상품 개발보다는 카피로 가격치기에 바빴다. 결국 정
확한 시장흐름 파악의 영업보다는 남의 집 엿보기만 성행했
다. 일례로 동국무역의 경우 국내 PET직물산업의 선두주자
로 관련업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한것은 지금은 타업체
로부터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한국화섬직물수출협의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
고 정보교환을 한다. 20여개 참여업체의 면면을 보면 국내
PET직물업계의 내노라 할 만한 연륜과 경력이 많은 장(長)
들의 순수 민간모임이다. 그러나 이미 자사 정보망을 통해
알고 있는 시장동향을 교환하는 수박 겉 핥기식 토론보다 국
내 직물산업의 선두 주자답게 거시적 안목과 시각으로 직물
산업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카라미」가 홍
콩에서 속칭 뜨고 있으니 지금 짜도 소용이 없다라는 다소
엄포성(?)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떨어지는 단가에 대해 공감
대는 형성됐지만 구체적 대안 제시와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
는 등 알맹이 없이 끝을 맺는다. 이정도 규모의 협의체라면
진정 PET직물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방향모
색과 상호공조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난세에 영웅이 태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벼랑끝에 몰린 PET
직물업계가 거듭나기 위해 현 시점에서 개별업체건 단체건
자발적으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드업체(단체)가
나와야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게다.
<박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