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暝想)하는 사람의 리크레이션…조능식

1999-03-23     한국섬유신문
▼마음에 깊은 사랑 있으면 그 사랑만이 고귀하여라 어떤 이 그지없이 개를 사랑하고 또 어떤 이는 매나 정구를 마음껏 즐기고 사랑하는 이의 팔에 안겨 이 세상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도 있으나 나, 다만 홀로 낚시를 즐기네. 사냥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 매장이도 또한 산과 들 헤매네. 도박은 마음을 어지럽히고 사랑의 천사는 육체의 파멸 낚시의 길(釣道)만 아무 우환이 없네. 이 세상에 즐거움 태산같이 많으나 내키는 대로의 낚시가 제일 낚시만이 홀로 즐길 수 있고 자유로운 천지를 노래한다네. 허나 우리는 바다를 생각지 않네. 맑게 흐르는 강가에서 그 고요한 잔물결 지켜보며 내 생애를 돌이켜 본다. 나 또한 저 흐름이 되어 흐르고 흐르며 세월을 잊네. 소녀처럼 수집어 하는 “송어”여 그대가 미끼를 단숨에 삼켰을때 이따금 나는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그대가 유혹에 걸려들지 않을때 욕심에 양심을 파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하나님에게 기도 드 리네. 허나 우리는 낚시줄을 드리운다. 잠시 시작조차도 잊고 하늘의 베푸심이 나타났을 때 나 벗들을 불러다 즐겁게 밥상에 둘러앉네. 잡은 고기 먹는 것 즐겁건만 아무 조과(釣果)없어도 마음은 고요해. 행복은 나와 함께 있는 것 하늘은 물고기 잡는 어부를 사람의 마음 낚는 어부라 하셨으니 그 어부보다 더 큰 즐거움 없으리 낚싯줄 들이우고 하늘에 감사하네. 우리가 사랑하는 그리스도는 인간 세상에서 선택된 최초의 인간에게 어부의 이름을 주셨으니 하나님은 임종 때 물고기를 드셨노라. 하여 나 또한 강가에 서서 하늘의 뒤를 따르는 자이러라. ▼지난 호에서도 「조어대전(釣魚大全)」의 작가 “아이자크 월턴”의 전기작가(傳記作家)로서의 명성을 간단히 소개한바 있지만 그는 조어대전이란 제목옆에 「낚시는 명상(瞑想)하 는 사람의 리크레이션」이란 부제목(副題目)을 달고 있다. 그는 1593년 영국 스탠포드주(州)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653년-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이 「조어대전」은 지구촌 수많 은 낚시인의 바이블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 시(詩)도 월턴 의 <낚시예찬詩>의 하나다. ▼「낚시대전」은 그의 나이 60세때의 저서다. 그후 300여년 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80판을 넘었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온갖 출판사에서 갖가지 형태로 쏟아져 나와 이제는 그 <판수>를 헤아리기 조차 어 렵다는 얘기다. 그 비밀은 「명상하는 사람의 리크레이션」이라는 부제에 얽 힌 낚시철학-인생철학-자연예찬론 등 때문임이 분명하다. ▼아직도 새벽이른 아침엔 찬바람이 모질지만 그래도 봄이 분명하니 낚시채비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월턴>의 詩같이 낚시는 인간을 자연으로 동화시키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