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사의 홀로서기…노주원 기자
1999-03-23 한국섬유신문
『요즘 되는 브랜드 좀 있습니까?』『저희 백화점에 입점 가
능한 브랜드사 있으면 추천좀 해봐요』백화점내 브랜드 입점
상담을 담당하는 매입바이어들이 최근 입에 달고 사는 말 중
에 하나다.
『바이어님 바쁘시더라도 잠깐 뵐 수 없을까요, 아주 잠깐이
면 되는데요』얼마전까지만 해도 본부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대리급의 바이어를 잠깐만이라도 만나기 위해 백화점 상담실
내 구내전화기를 붙잡고 애걸하는 모습은 상담실 내에선 익
숙한 풍경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어디에서도 그렇게 죄인처
럼 입점을 위해 구걸하는 모습은 많지 않다.
아직도 A급 백화점에선 이런 모습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중
소규모 백화점이나 특히 지방백화점의 경우는 오히려 영업본
부장이 직접 브랜드사를 방문하며 입점을 종용키 위해 여러
가지 호조건들을 즐비하게 내놓는 경우가 늘고있어 세태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올들어 매출의 외형관리를 매우 중요시하게 여겨오던 제화3
사가 점이미지가 높아도 매출력이 악성인 백화점 매장에 대
해 대대적인 철수조치를 단행했다.
1-2월 두달 상간에 대략 집계한 철수매장수만도 60여개 이상
에 달하고 있으며, 이달말 개편된 조직에 맞춰 브랜드사업의
거품제거 작업이 구체적으로 착수되면 철수매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영업을 내셔널사업의 베이스로 여겨오던 내셔널 브랜
드사들이 A급 백화점이라 해도 영업력이 낮은 매장에 대해
선 재고의 여지없이 철수를 단행하고 있고, 백화점측 역시
이들 거래선의 결단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 이상 이들을 협박(?)할 파워를 백화점측이 갖고 있지 못
하고 있는데다 붙잡아둬도 큰 폭의 매출 역신장세를 추스릴
만한 쾌재수가 이들에게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떨어지기만 하는 정상매출을 보조하기 위해 무리수를
안은 행사전에 좀더 공격적으로 뛰어 들어야 월말 총매출 목
표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사면초가 상태에 처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명분밖에 남은 것이 없는 백화점 부실매장을 줄이고 대
리점 오픈을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본사 현금보유율은 높아졌
고 관리부담은 훨씬 낮아져 최근에는 매출 수익성이 큰 폭으
로 향상됐음을 강조하며, 올해는 로드샵 중심의 브랜드 사업
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노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