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속에서도 “봄붕어”는 올라오는가…조능식

1999-03-19     한국섬유신문
▲어부는 고기잡이를 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 그러나 삶 의 수단이 아닌 취미로서의 낚시는 왜하는가! 단순히 물고기 나 낚는 짓거리라면 그것은 위에서 말한 어부에 불과하겠지 만 「아이자크 월턴=1593년 8월 7일 영국 스탠포드주(州)에 서 태어난 그는 18세무렵 런던으로 가 유명한 승정(僧正) 지 식인, 극작가들과 교제하면서 낚시인의 바이블이라 일컫는 “낚시대전(大全)”외에도 각종의 저술을 하였다. 그는 전기 작가(傳記作家)로서의 업적을 남기고 1683년 12월 90세의 나 이로 세상을 떠났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낚시는 명상(瞑想)할줄 아는 사람의 리크레이션」이라고. 또 그는 진정한 낚시인이라면 이 취미활동에 대해 즐거운 마 음과 깊은 연구심과 대상에 대한 집념 그리고 노력과 인내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기실 실타래子는 해방전부터 낚시를 했으니까 제법 긴 세월 동안 낚싯대를 잡은 셈이다. 그동안 고기들의 생태와 습성 고기와 기상상태, 고기와 수온(水溫)고기와 계절 등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공부와 실제를 적지않게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익혔다. 전에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저수지나 수로나 웅덩이에서 낚시 를 드리울 수 있었다. 그래서 늘 「자연의 품에 안겨서 낚시 를 즐긴다」는 말을 했지만 이제는 그 자연의 품에 안겨서란 말이 통 어울리지 않게 됐다. 가는 곳마다 시끄럽고 가는 곳마다 낚시터는 쓰레기더미다. 낚시를 즐긴다는 사람들이 낚시터를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 는 것이다. ▶그렇게 난장판을 만들고도 그 속에서 즐거운─혹은 <월 턴>이 말한 「명상하는 리크레이션」이 될는지 묻고 싶다. 문제는 사물에 대한 「근원적 지식」의 부족에 있는 것같다. 낚시─하면 덮어놓고 고기잡이로 착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공 리적이며 타산에 얽힌 욕심을 지적하게 된다. 낚시에 있어 고기는 <이차적>으로 생각해야한다. 낚시는 낚 시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고 욕심없는 하루를 깨끗하게 한가 로히 좋은 친구와 더불어 지내는데서 의의를 찾아야 한다. 일일청유(一日淸遊)면 일일한(一日閒)이라 했거늘─. 하루를 깨끗하고 맑게 노닌다면 그것은 곧 인간으로서의 즐거운 한 가로움이다─라는 말이다. 뜻맞는 친구와 낚시길을 오가면서 인생을 논하고 즐거운 풍 물에 접하며 농촌인심을 호흡할 때 사계절의 변함을 먼저 아 름답게 느낄수 있는 고마움까지 터득할 수 있다. ▶고기가 물려주면 물론 안물리는 것보다는 즐겁다. 그렇다 고 고기의 입질이 뜸하다고 투덜대며 불평을 털어놓는 성급 한 친구들이 옆에 있을 때는 연민의 정마저 느낀다. 낚시는 기다림의 철학인 것이다. 인생이 그렇듯이 참고 오래 기다리며 자연을 음미하며 수면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미풍 (微風)에서도 삶을 재확인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배워야 한 다. 드리운 낚시대의 곧게 뻗은 선과 수면위에 빵긋이 솟아있는 영롱한 색깔의 <찌>를 응시하며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 에 몰입할 수 있는 행복감─그리고 소음과 먼지와 아귀다툼 속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자기자신을 뒤 돌아볼 수 있는 <시 간>은 참으로 귀중한 것이리라. ▶요즘은 자연 그대로의 낚시터가 거의 없어졌다. 그래서 실 타래子는 고기가 덜 낚여줘도 한가롭고 자연상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을 찾아 간다. 거기서는 하늘의 푸르름이나 오가는 뜬구름들과의 속삼임이 있어서다. ─요즘은 모든 저수지등이 <어촌계>의 이름으로 청소비등 양어의 구실로 유료화가 되어 있어 자연과는 거리가 멀어졌 다. 이렇게 만든 장본인들은 두말할 나위없이 <낚시꾼>자신들이 었음을 반성한다면 그나마 다행일는지도 모르겠다. ─이른 새벽은 두툼한 파커가 필요한 요즘이지만 봄붕어는 우릴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