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무식하지 않은 이유

2001-06-12     한국섬유신문
■간담회에서 생긴 일 어느 기자간담회에서 패션쇼와 컬렉션의 차이점에 대해 서 질문을 하는 기자가 있었다. 잘나가는 일간지의 기자가 자리를 함께 해 준것도 황송 한데, 질문까지 해주니까 한 디자이너가 장황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내부문제에서 백화점의 유통문제까지 방대한 내용으로 계속 이어졌지만 정작, 질문한 기자는 너무나 도 자상한 설명에 자신이 뭘 물어봤는지 잊어버린 듯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또 다른 기자가 말을 꺼냈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보내 주는 초청장의 내용이 마치 중 세의 상징시와 같아서, 도무지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을때가 많다는 것이다. 6H원칙에 맞지 않고 논리적인 상식으로는 디자이너가 발신하는 컨셉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때가 많으며, 그로 인해 기사로 취급할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고충 해명이 였으므로, 기자가 뾰족한 대답을 원한 것도 아니였음에 도 불구하고 일간지 기자의 의문인만큼 대답은 성실하 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기자가 얻은 답은 ‘패션에 대한 지면을 많이 할애하면, 자연히 컨셉설명도 쉬워질 것’ 이라는 것이였다. 자신이 말해놓고 박수를 유도할 만큼 명답이라고 생각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쏭달쏭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 는 모습을 보면서, 패션의 전문성과 일반성에 대한 시 점의 차이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지않을 수 없었 다. ■개념성립은 명백히 해야 하긴, 바이어는 없고 구경꾼만 있는 쇼장에서 패션 쇼 인지 컬렉션인지 사전적인 의미를 구분하는 것은 처음 부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질문은 질문이니까, 한번쯤 명쾌하게 ‘컬렉션 이란 한마디로 디자이너가 모델이라는 변호사를 통해 프레스와 바이어, 그리고 고객들에게 재판을 받는 것’ 이라는 개념 설명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만약 이 정의가 맞는다면, 디자이너는 매시즌 컬렉션 발표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있 음을 아울러서 설명해줬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 어느것도 심각할 일이 없으므로, 문제를 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보 다 나은 미래를 생각해서 모든 것의 개념 정립은 명백 히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느낌이라는 것은 어쩌면 늘 추상적이므로, 글로서 나 디자인으로 감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 다. 그런 의미에서 난해한 것은 클래식 음악의 해설이나, 패션의 컨셉설명이나 마찬가지일텐데, 왜 패션이 어렵 게 나오면 ‘~척’ 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거나, 패션이 라는 것에 대해 어떤 관심도 없고 아예 모른다고 해도 무식해 보이지 않는 건지 불만을 말하고 싶을때가 종종 있는 것이다. ■패션쇼와 컬렉션의 허상 패션 쇼장에 들어서면, 빼곡이 줄 서있는 학생들의 무 리와 마주치게 된다. 아무리 일찍와서 자리를 잡아도 뒷자리를 장식하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패션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동경심이 가득하다. 20~30분정도의 짧은 런웨이 타임을 위해서 평균 2~3시 간은 족히 버리고 기다렸을 그들에게 있어 마지막 피날 레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패션 디자이너의 모습은 꿈의 결정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온갖 찬사가 난무하고 화려한 불빛이 꺼 지면 순간속으로 사라지는 정신적인 호사의 하나로, 일 반인들에게 인식된 패션쇼의 대표적인 모습이기도 하 다. 그러므로 우리 패션업계에는 명백히 이중의 잣대가 있 음을 인정해야 한다. 분명 컬렉션에는 바이어와 프레스 그리고 초청 고객에 한해서 다음번 유행을 제안한다는 기본 취지가 있음에 도 불구하고 지금 어디에도 바이어는 없다는 현실이 바 로 그것이다. 해외바이어는 고사하고, 컬렉션과 패션쇼도 구분이 잘 안되는 국내 백화점 바이어들은 다른 할일이 많아서 오 지 못한다는데, 어쩌다 마주치게 되는 바이어에게 쇼를 본 소감을 물으면, ‘뭘 알아야…’라는 겸손의 표현으 로 그들의 관심은 결국,‘바잉’이 아님을 시사한다. 자리를 가득 메우는 역할을 해준 학생들 역시 ‘뭐가 제대로 보였어야…’라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저런 각종 메스컴 평가에 목청을 높히다가 도 마케팅 결과와 이어지게 되면, 아무 할말이 없어지 는 디자이너들의 비애가 여기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패션은 다시 연예가 중 계풍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고 컬렉션은 유명 모델과 연 예인의 움직임에 빌붙는 장식용 쇼의 의미로서 재소비 되고 사라지는 비효율성을 계속 연출하고 있는 것만큼 은 사실이다. ■기호적으로 변해가는 소비관계 사실 지금 시점에서 일반인들에게 컬렉션과 패션쇼의 구분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쇼의 컨셉을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디자이너가 미 리 예측하고 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