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류업체 ‘脫사이판’ 초읽기
2001-05-29 한국섬유신문
국내 의류 봉제 수출업체들의 脫 사이판 현상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사이판은 최근 10년간 우리 업체들의 유
력한 해외 봉제 생산 국가로 각광 받아 왔으나 현지 인
권 문제 및 최근 미국의 CBI 법안과 같은 비무역장벽
강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인권문제는 이미 몇 년을 거치면서 해묵은 논쟁거리가
됐으나 아직도 미국내 의류 업체들은 자국 소매업체들
에게 사이판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수입선 교체 등의 압
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 수출업체 관
계자는 “소비자 불매운동 등의 불똥을 우려한 미국 소
매업체들이 우리 수출업체들에게 생산 기지를 타국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하는 등 사이판에서의 생산 환경이 날
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美 국무부
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사이판에서 생산하는 한국 업체
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적나라하게 명시하는 등 이 곳
생산업체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감독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들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美 CBI 법안
영향으로 사이판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국들의 생산 경쟁력이 월등해지자 많은 업체들이
중남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이판에서 생산 기반을 다진 한솔섬유, 한세실업, 세아
상역 등 빅3도 이같은 脫 사이판 대열에 합류중이다.
한솔섬유는 지난 3월 8개 라인의 과테말라 우븐 봉제
공장을 인수한데 이어 니트 공장 설비 증설에 들어가
현재 37개 니트 봉제 라인을 운영중이며 연말까지 13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할 계획이다. 한세실업은 현재 니카
라과에서 10개 라인을 가동중이나 6월말이면 12개의 추
가 설비가 완료돼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회
사는 내년까지 니카라과에 총 36개 라인을 갖출 계획이
며 추가로 또다른 카리브 연안국인 과테말라에도 진출
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세아상역은 유일하게 사이판을
고수하고 있으나 이 회사 역시 니카라과 진출을 심도있
게 검토중이다. 대형 우븐 업체인 현진 어패럴은 이미
사이판 봉제 라인을 모두 과테말라로 철수 시켰다. 이
들 업체들은 사이판 공장을 포기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증설이나 신설 등의 확장 계획은 없다고 밝혀 이미 많
은 이점을 상실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CBI 법안과 관련 업체 관계자는 “좀더 구체적인 내용
이 발표되면 사이판 진출 업체들의 가시적인 이탈 움직
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여타 업체들의 脫사
이판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창 기자 kcjung@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