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보다 중요한 기준 설정
2001-05-29 한국섬유신문
■대구컬렉션에서 생긴 의문
대구 시민운동장을 찾아가는 택시안에서 운전기사가 이
런 말을 했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대구
사람들은 새벽마다 동대문 시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거
기가 대단한가 보죠? 옷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데...”
국내 최대의 섬유 산지에서 열리는 컬렉션인 만큼, 어
떤 규모와 형태인지 구경하러(?) 가는 기자의 귀가 솔
깃해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섬유산업 육성 프로그램과 당장 장사가 되는 이야기와
전혀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 한마디는 대
구 컬렉션장에 들어가는 순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
왔다.
대구 직물을 쓴것도 아니고, 그곳에서 봉제한 것도 아
니고, 그들의 표현 그대로 사용한다면“한수 좀 배우겠
다”며 초청한 KFDA 디자이너들의 쇼가 아니면, 지역
내 디자이너는 김선자씨 하나밖에 보여줄 것이 없는 컬
렉션.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다른 지역 디자이너들은 왜 컬렉션에 참가 하
지 않았는가’하는 질문에 ‘돌아가면서 해야지 우리만
할 수 있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디자이너의 대답에 컬
렉션의 의미에 대해 새삼스럽게 강조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점
물론, 짧은 취재기간동안 대구 컬렉션 전체를 평가할
수도 없고, 밀라노 프로젝트는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싫든 좋든, 지금 대구가 직시해야 할 사항중의
하나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주변의 섬유산지와의 연계성을 도모하여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의 형성과 중앙의 디자이너와
대구 메이커와의 연계성등을 고려한 시스템 창출등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대구 문희갑 시장도 인터뷰석상에서
“섬유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서
는 모두가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막상 조정에 들어가려
고 하면, 업체들의 압력으로 늘 발목이 잡혀 버린다”
는 사실을 가장 먼저 토로했을 만큼 그 길을 향한 고충
은 만만치 않다.
당시 시장은 수없이 거듭해온 경쟁력 있는 업체만을 선
별하여 지원 육성하겠다고 아무리 모질게 결심을 해도
약한자의 생존 조건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또 다시 미적
거리게 된다는 실패의 배경과 함께, 이미 쉽고 편리한
체제에 익숙한 업체들은 타성과 ‘시키는 대로 하면 된
다’고 하는 무사 안일주의를 지적해왔다.
■도처에 있는 집단 이기주의
약간 다른이야기지만, 최근의 한 공중파 방송에서는 섬
유 패션산업에 대해 진단하는 한 다큐멘타리 기획을 하
루아침에 중지해 버렸다고 한다.
방송사에서 패션에 대해 집중 보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놀라운 이유
는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짜여지는 프로그램이 마음
에 들지 않은 한 지명도 있는 패션단체가 전면 보이코
트 해버렸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공중파 방송의 시스템을 케이블 TV의 기준으로 생각
했다는 것은 그 패션 단체의 오류일 수도 있을 것이고,
여기의 배경에는 좀더 복잡한 내막이 있을지도 모르지
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지금 우리나라 패션계는
지금 엄청난 착오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보호정책이 만들어낸 폐해
사실 지금까지 정부 역시 대량의 실업방지와 중소기업
의 도산방지를 위해 구제조치의 법률을 제정하고 과잉
설비의 폐기와 고용조정을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와같은 산업의 보호를 의식하여 지금까지 정
부는 가격규제, 참가 규제, 수입규제등을 일으켜 자유
경쟁을 저해해 온것으로 작용되어 외압에 기름을 부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역의 자유화, 자유로운 경쟁을 요구하는 목소
리가 높아지고 국내 산업 보호의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현시점에서 여전히 이런 관행은 자유 경쟁 회피의 규제
정책을 바라고 있는 안정 지향의 업체들을 옹호하고 있
으며, 이로 인해 냉혹한 국제적 환경에의 대응력이 자
꾸만 떨어져 온 것이 틀림없다.
■차별화 정책이 경쟁력
패션 산업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시장은 과잉 생산 상황을 이루고 있으며, 여기에
소비자들은 디자이너들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트랜드
에서 일탈하여 개성화의 경향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수
요가 어느순간 다양화 되기 시작했다.
수입도 증대되고 해외의 브랜드와 소매업 시장의 직진
출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것은 이미 경쟁은 야박한 것이며,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얼렁뚱땅 봐주며 넘어가도 된다는 사상이 이제
는 결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
러므로 이제부터는 경쟁이라는 테마에서 좀더 확실한
구분을 갖고 모든 것을 보다 글로벌한 관점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전개해 가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