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우주…엄마의 품…古 천문도의 별자리…음양의 조
화…
이것은 디자이너 권진순씨를 지탱해 주는 작은 에너지
들이다.
장독대에 비치는 햇살같은 포근처럼 한없이 작으면서도
강한 인간의 근원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의 이미지 소스
는 ‘한국’이다.
‘한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한국’임을 강조하는
그에게 있어 패션은 자연에로의 회귀를 위한 한 방편에
불과하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억제된 컬러와 디자인속에서
용솟음치고 있는 ‘자연속의 엘레강스함’. 이에 대해
그는 나를 해체하면서 그속에 잠재되어 있는 미의식을
찾아가는 끝없는‘旅情’이라는 표현을 한다.
색감과 디자인은 화려해질 수도 있고, 차분해질 수도
있지만, 전통과 하이테크놀로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
는 그의 옷에서는 어쩐지 자연의 냄새가 난다.
마치 소박한 질그릇속에서 발견하는 우주의 신비와 같
은 그의 작품에 대한 첫 느낌은 일단, 엄마의 품같은
‘내추럴리즘’.
우리에게 익숙한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
는 자신이 결코 ‘전통적’이지 않음을 강조한다. 이말
은 거창하거나 감상적인 내셔널리즘이나 국수적인 테마
에 속박되어 있기 보다는 ‘들뜨고 싶지 않다는 것이
며, 자신이 생각하는 미의식 역시 ‘자연’… 그것도
‘한국의 자연’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평범하지만, 가끔 획기적일 수도 있고, 이
벤트적일 수도 있어요. 그것은 내재되어 있는 자유를
추구하는 한 방법이죠. 옷이란, 잔잔한 물결속에서 돌발
적으로 튀어 나오는 파격과 같은 전혀 새로움을 찾아내
는 표현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 끝없이 조
용해 보이는 이미지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원하고
있는 것에 언제나 관심이 많은 내면이 화려한 권진순
씨.
‘한국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는 그의 전혀 새롭고
독자적인 매력이 발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유수연 기자 yuka316@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