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게릴라쇼의 서막
2000-11-18 한국섬유신문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느닷없이 게릴라처럼 패션쇼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심지어는 운전의 속도까지 멈
춰가며 거리에서 펼쳐지는 쇼를 관람한다.
몇일전 홍대앞에 위치한 미선박 인터내셔날에서는 이웃
과 연계하여 가장 자유롭고 모던한 패션쇼를 열어서 주
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이웃한 올리브 베이커리에서는 관객들을 위한 빵
과 음료수, 그리고 의자들을 준비했고, 모델들은 독특한
건축물과 도로를 이용하여 워킹을 했다.
음악이 퍼지고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자 당장 주위에 몰
려든 행인들이 주역이 되어주었다.
그가 지향하는 내추럴리즘과 아방가르드의 세계가 화이
트와 그레이 아이보리등의 캐릭터 그룹을 중심으로 펼
쳐지자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패션쇼의 장소의 파괴라는 것은 이미 패션 선진
국에서는 상식이다.
예를들어 얼마전 일본에서도 지하철안이 패션쇼장으로
변한 그야말로 게릴라 쇼가 시작됐다.
지하철을 탈취하듯 급작스럽게 실시한 이 패션쇼는 기
성모델이 아닌 신인들을 등용, 지하철을 탄 승객들을
즐겁게 했다.
물론, 옷의 주류는 탈색한 거어즈를 뒤에서 절개한 깅
검 셔츠에 극세 팬츠, 큼직한 핑크 셔츠에 풍성하게 퍼
지는 시스루 스커트와 매치된 아방가르드 룩으로 젊은
라인이다.
옷의 디자인은 심플한 평상복이지만, 진한 화장에 매직
글자의 타토우 무늬가 반항적이기도 하다.
거기에 접대부의 대명사인 바니걸등이라고 쓴 카드를
손에 쥔 모델들도 있어 전철안의 손님들을 눈이 동그랗
게 만들기도 했다.
해프닝과 주목을 모으기도 했지만, 이 디자이너는 쇼가
끝나고 지하철 무단 사용의 벌칙금을 내야할 처지이긴
하지만, 막상 이 디자이너는 「내옷은 사람들과의 커
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야단맞거나 벌을 받는것도 사
회적 커뮤니케이션의 하나. 내가 벌린 일에대해 보상은
필요한 것」이라며, 가을에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
제로 제2탄을 벌릴 계획이라며 태연작약한 표정이였다
고 한다.
이런 게릴라 패션쇼는 원만큼 돈을 바른 쇼보다 훨씬
임펙트가 강하다는 평이다.
쇼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이런 일련의 실험쇼는 그간 화
려한 호텔에서 의미없이 퍼부어대던 모든 경비를 절감
하고 소비자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간다는 비즈니스
적 의미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제 디자이너들의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거리의 생동
감 있는 삶속에서 또다른 컬렉션의 힌트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움직임의 특징은 각각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널
려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혼합시키는데 있다.
컬렉션의 장소 파괴로 패션의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줌과 동시에 패션쇼에 대한 기존 관념이 바뀌
어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하나의 신호탄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의미에서 이제부터 패션발전의 키워드는 하나의 기
본아이템을 자기것으로 완전 소화하여 그것을 가장 잘
돋보여 줄 수 있는 연출 방법을 찾아내는 디자이너와
기획회사의 소프트력에 달려있는 것이 틀림없다.
/유수연기자 yuka316@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