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잃은 밀라노 프로젝트

2000-02-24     한국섬유신문
섬유산지 대구가 제2의 도약을 꿈꾸며 밀라노프로젝트 추진 원년을 맞고 있지만 오히려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등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에 우려의 소리가 높 아가고 있다. 대구산지는 6천8백억원에 이르는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 지원금을 확정해놓고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사업추 진주체는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사업추진주체중 핵심단체인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 염색기술연구소는 각각 문희갑대구시장의 단체장 세대 교체 입김(?)에 따라 올해 임기 만료되는 권성기, 함정 웅이사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양대 연구단체 이사장은 2∼3년전부터 직물과 염색의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으로 지목, 문희갑대 구시장의 강한 세대교체 대상으로 올라있는 상태다. 그 러나 문시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는 크게 반발하 고 있다. 업계 자율의 선출직인 이사장직을 대구시가 관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대구시의 입장과는 관계없이 자율의 사로 후임 이사장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대구시는 나름대로의 단체장 세대교체를 강하게 펼쳐나 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일대 혼란이 예상되고 있 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한국염색기술연구소는 각각 3월 중 정기총회를 열어 권성기, 함정웅 현 이사장을 후임 자로 선출할 계획이다. 이같은 케이스는 비단 양대 연구단체뿐 아니라 견직물 조합, 섬유산업협회를 비롯 대구지역 섬유관련단체의 경우 예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이사회에서 후임 이사장으로 내정된 견직물조합 하영태이사장까지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대구시의 입김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하영태이사장은 기존의 단체장 모두가 세대교체 란 명분으로 물러나지 않는 한 혼자 물러날 생각은 없 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역시 이에 대해 『업계 자율로 선출한 이사장직을 대구시가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 다』며 맞서고 있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와 직물비축협동화사업단의 박용 관회장과 김태호사장도 입장은 대동소이하다. 문시장의 강한 세대교체론에 따라 양 단체장은 사퇴의 사를 밝히고 있으나 막상 후임자로 나서는 인사가 없어 자칫 단체장 공백현상까지 빚을 가능성도 배제치 못하 고 있다. 단체장 세대교체론에 이어 단체·조합의 통합론, 밀라 노 프로젝트 17개 사업의 총괄추진주체로서 대구시가 전면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도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체·조합의 통합은 명분과 기대성과가 뒤따라야함에 도 불구, 대구시의 막무가내식 주장에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견직물조합과 직물조합이 통합을 추진한다는데 공동입 장을 표명하고 직물비축협동화사업단까지 통합조합과 합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온 마당에도 대구시 는 섬개원과 염색연구소를 비롯 유사단체 및 연구단체 의 통합을 검토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단체 및 업계는 루머에 휩싸이는등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다. 결국 목소리만 높을 뿐 제대로 돼 가는 게 하나도 없다. 통합을 추진중인 조합이라도 잘 추스려 성사시켜도 성 과가 빛날 것임에도 이마저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대구섬유산지와 대구시의 현주소다. 이에 따른 업계 의 불만은 증폭되고 있다. 업계는 원칙적으로 단체장 세대교체, 섬유단체·조합의 통합, 그리고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추진에 있어서 총괄 기구 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대구시가 전면에 나서 「콩나라 팥나라」하는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가 밀라노 프로젝트 구심체로 나서기 위해 밀라 노 프로젝트 추진위원회 및 전략기획위원회 구성을 지 난 5일까지 마무리짓기로 했으나 단체장 세대교체가 순 조롭지 않기 때문인 듯 위원회 구성을 미루고 있는 것 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아무튼 지나친 표현일지 몰라도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 구섬유산지에 한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업계 의 여론이 흩어지는가 하면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주체까지 통합과 단체장 세대교체 바람에 휩싸여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 득보다 실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WTO 경제체제하에서 최선의 선택은 민간자율경영이 다. 대구시는 의욕만 앞세울 게 아니라 철저한 기획력 과 전략으로 업계 자율의 밀라노 프로젝트 수행에 최선 의 지원책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시장의 「섬유사랑(?)」이 자칫 대구섬유산지의 재도 약 행보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된다. <김영관 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