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DC브랜드
2000-01-27 한국섬유신문
최근 국내 DC브랜드의 해외진출이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전시회를 비롯
하여, 독일의 쾰른페어, 뉴욕의 트라노이, 아트모스피어,
스타일 인더스트리등 각종 전시회에 참여하는 디자이너
들의 이름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지고 있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국내디자이너들의 대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떠들어 대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DC브랜드들의 해외진출은 그들의 현실에
비쳐볼때, 한마디로 일대모험이다.
실력의 여하는 둘째치고 전체적인 조직력과 기획력,
MD부재 체제하에서 한 디자이너의 의지와 신념만으로
는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은 그들의 표현대로「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무모함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운좋게 전문바이어의 눈에 띄어서 대박(?)을 터
트릴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그렇
게 만만치는 않다.
망망대해와 같은 이국땅에서 쇼 한번하고 전시 한번 했
지만, 현지물정을 잘 모르는 탓에 이런 저런 사례에 시
달리다가 다른 해외브랜드들의 맹공격에 저항능력은 커
녕, 매장축소, 인원감축등의 정해진 수순을 밟으며 속수
무책 침몰해 갈 수도 있다.
이런말을 하면, 의례히 미리부터 철저한 기획에 순발력
배가, 국가적인 조직력이나 마케팅 수준도 높여야 하며,
비교우위제품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패션의 정신적 아
이덴티티의 정립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
서 튀어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이론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닭과 달걀중 어느것이 먼저인지 모른
다」는 것이고, 항상 선행되어야할 문제점이 쌍방의 입
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의 재능을 파는데 있어서 조직력과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래서 어
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단순히 디자이너의
재능과 실력만을 칭찬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들의 재능을 돈과 연계할 수 있는 뭔가의 시스템이
국가와 기업적인 차원에서 확고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
으면 안된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가장 큰 패션업계의 당면문제로서
우선 수수료 매장으로서의 백화점 중심의 유통시스템
전문바이어의 부재, 무의미한 전시회 및 컬렉션의 난립
등이 지적되고 있다.
이는 국내 패션산업의 총체적인 문제의 핵심사안이라는
점에서 중차대하다.
사실, 백화점 바이어 운운하지만, 백화점은 엄연히 수수
료 매장이기 때문에, 백화점 바이어는 진정한 의미에서
의 바이어가 아니다. 매장관리자일뿐이다.
다시말해, 자신이 상품을 직접 셀렉트해서 전시와 판매
작업에 직접 동참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바
이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리점 바잉체제도 구비되어 있지 않은채, 거
의 대부분 직영체제로 움직이고 있는 국내 DC브랜드들
에게 있어 처음부터 바이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냉정히 말해「컬렉션은 있으나, 바이어가 없다」는 말
은 한국패션산업의 기본적인 모순이다.
이의 해결방법으로 국내 브랜드들의 자체 수주회와 품
평회를 한가지로 통합한 편집 전문 컬렉션 설립도 요구
된다.
물론, 자체 시스템을 구비한 메이커들에 있어 합동 전
시회의 필요성은 없는것일지도 모른다.
굳이 함께 모여서 경쟁하는 모습처럼 비쳐지는 것도 싫
다는 것이 그들이 단합하지 못하는 辯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외의 바이어들에게 한국패션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싶다면, 어떤 형태로든 체계적인 場은 마련되
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수출목적의 전시회인지, 내수
를 위한 전시회인지를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
다.
이와함께, 진정한 해외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수출
전문 매니저도 나와야 하며, 전시회를 이끌어가는 사람
들의 마인드도 전문화·국제화되어야 한다. 이길만이
디자이너나 메이커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
컬렉션을 통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다.
결국, 모든 키워드는 국제적인 전시회와 컬렉션을 운영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유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