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온 지리산“잣”과 상주“곳감”…조능식

2000-01-23     한국섬유신문
▼젊어서부터 (지금은 더하지만)번거로운 일들에는 아 예 가까히 끼어들지 않는 편이었다. 더구나 요즘 유행되고 있는 일들─ 특히 「우편주문상 품」의 신청따위같은 기특한 생각은 알지도 못했지만 해본 일도 없었다. ─우선 우체국까지 가서 <창구>에서 돈을 내야할 것이 고 거기다 어떤 서류이건 작성해줘야하는 절차가 귀찮 으리라는 선입관에서였다. 그런데 지난─ 정확하니 14일(木) 오후1시 경기도 부평 에 살고 있는 장녀에게 보낼 책자가 있어 부천 중동3 우체국에 들렸다가 한가한 틈을 보고 「우편주문상품」 에 대해 물어볼 기회를 갖게 됐었다. 그것은 제주(濟州)의 친구 부창옥 (夫昌玉=수필가)형이 지난 연말 보내온 「우편주문 상품」인 전북 남원의 한 농원에서 생산한 「지리산 특산 잣(松柏)」과 경북 상 주(尙州) 특산의 곳감들이 하도 반가웠기에 그것이 동 기라면 동기였다. ▼“경북 상주의 곳감이 유명하지 않으냐?”고 여직원 에게 운을띠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창구에 비치했 던 두툼한 「우편주문상품」의 안내책자를 펼쳐보여 줬 다. “상주 곳감을 주문하시겠어요? 어떤걸로 하시겠습니 까?” 그녀는 어렵지 않게 상주곳감 페이지를 찾아 주 는 친절을 잊지 않았다. ─물건을 결정하고 대금을 지불하니 <영수증─신청서> 을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주었다. “한 1주일쯤 걸릴까요?”했더니 “그렇겐 않걸릴겁니 다.”라고 미소지었다. 이튿날 낮 부평의 장녀한테서 <책자>를 받았다는 전화 가 걸려왔다. ─아니 벌써─ 하고 우체국의 신속함에 감탄(?)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 16일(土)에는 생전처음 손수 주 문했던 <상주곳감>이 상주우체국의 포장과 소인으로 되어 배달되어 온 것이다. ▼솔직한 이야기가 신선한 놀라움을 금치못했다.믿을만 한 물건이 이렇게 간편하고 신속 정확하니 배달될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세월이 많이 변했구나” 싶으 면서 너무도 과문한 자신에게 고소(苦笑)를 자아냈다. ─온갖 부정부패와 사기에다 강도 살인이 난무하며 자 식이 어버이를─ 부모가 자식을─ 부부끼리의 폭행─ 고발사건들이 끝일줄 모르는 패륜과 부도덕의 현실에서 멀리 경북 상주에서 이틀만에 배달된 <상주곳감>상자 를 앞에놓고 한참 멍하니 바보같이 앉아있는 자신을 발 견했다. ─<그래도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한군데라도 남아 있 었구나>싶은 고마움에서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