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의 권리와 의무…허경수기자
2000-01-23 한국섬유신문
상반기에 여성복을 비롯한 패션업체들이 경제성장이라
는 기대치와 맞물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50여개
의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는 바닥까지 떨어진 소비심리를 어떻게든 부추겨보자
는 노력과 이를 통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절절한
기대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더욱이 의류업계의 회생여부가 전체 섬유·패션업계의
생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
다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각 패션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이 무분별한 브랜
드 런칭에만 편중되고 사후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어 문제다.
패션업체들은 현재 자사 브랜드볼륨 확대와 매출에만
급급하는 등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만 몰두할 뿐 진정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성실한 기업의무를 차치해두는 듯
해 마음 한 구석이 가렵다.
권리와 의무는 한 면이 없으면 가치를 상실하는 동전
앞뒷면처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 단지
법이나 제도 등의 강제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의무가 무
시되는 경향이 점차 높게 일고 있는 것이다.
패션업체가 고객니드에 부합할 수 있는 스타일의 제품
을 제작, 동 업계 경쟁대열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의무는 우수한 품질과 디
자인력으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는
고객들과의 보이지 않는 약속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패션업계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자사
브랜드를 전개하다가 조금이라도 무리가 오면 손바닥
뒤집 듯 쉽게 브랜드를 철수시키거나 컨셉을 이리저리
바꿔 소비자를 혼란시키는 행위가 자주 목격된다.
올해 런칭된 50여개의 뉴브랜드 중 현재 5개브랜드가
이미 전개를 포기했고, 이중 4개브랜드 제품은 빛도 보
기전에 흐지부지됐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패션업체들이 단지 법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고객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소비자로
부터 외면 당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권리는 챙기고 의무는 나 몰라라」하는 염치없는 행
동은 결국 自社를 옭아매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패션업체들은 「어려울수록 자신의 의무에 최선을 다해
야 한다」는 의미를 작금에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허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