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탐방

1999-12-28     한국섬유신문
98 무인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좌절과 비탄의 한 해가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IMF 한파 속 에 밝아온 98년은 모든 것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고 해 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철옹성 같던 은행과 대기업이 쓰러지고 수많은 중소업체들도 덩달아 속절없 이 무너졌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은 실직자를 2백 만명이나 배출했고 수많은 가정을 파탄지경에 빠뜨렸습 니다. 실로 지난 1년은 과거 10년간의 변화와 고통을 농축한 한 해였다고 여겨집니다. 본지는 매년 송년호 기획으로 일선 취재기자들의 지난 1년간에 걸친 섬유·패션산업의 취재현장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매년 반복하는 것입니다만 왜 그 렇게 아쉬움만 가슴속 깊이 앙금으로 남는지 도대체 이 해가 안갑니다. 기대와 실망은 항상 정비례하기 때문일 까요. 올해는 사상초유의 IMF 회오리를 맞아 각 섬유·패션 업종마다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 더 많았다고 여겨집 니다. 명암교차는 東西古今을 불문하는 현상입니다만 지난 1년간 섬유·패션산업에 종사하는 섬유·패션인의 가슴속은 한마디로 숯덩이로 꽉 메웠다고 해도 모자람 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도 각 경제연구소마다 올해보다 내년에는 다소 경기가 호전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多事多難했던 무 인년 끝자락에 서서 지난 1년간 각 섬유·패션현장을 누빈 기자들의 취재 뒷마당은 내년을 기약하는 업계에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의류 수출은 두자리수 이상의 폭발적인 증가 세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습니다. 연초 재고의류 수출이 기승을 부려 대외적으로 한국상품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하락했으며 중반이후에는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 반대 심리로 제품 가 격이 평균 1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장기적으로는 오히 려 악재로 작용할 변수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특히 對中 재고 의류 수출의 후유증은 연말까지 이어져 현지에서 한국 상품을 싸구려 상품으로 인식하는 분위 기가 만연, 정상적인 교역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던 업체 들의 채산성 확보에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더 큰 문 제는 한 번 내려가면 다시는 올라가지 않는다는 의류 수출 가격이 10% 가까이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자 조 섞인 푸념들을 내뱉기 일수였습니다. 올해 외국 바 이어들의 대폭적인 수출 단가 인하에 시달렸던 각 업체 들은 이제 향후 환율이 정상적인 수준을 회복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이를 만회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대안으로 꼽고 있지만 과거 80년대나 90년 대 중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해외 생산기지 이전 문제는 전처럼 만만하지가 않습니다. 최적의 생산기지로 꼽혔 던 중남미 공장들은 턱없이 올라가는 인건비를 감당하 기 위해 벌써부터 자동화 설비 도입에 전전긍긍하고 있 는 실정이니 뭔가 뾰족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의류 수출은 내년에도 소폭 증가세가 예견되고 있습니 다만 자칫 내년 장사를 잘못했다가는 올해 저지른 실수 로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지난 21일 개최된 화섬협회 정기총회는 지난 1년 간 화섬업체들의 경영성적표가 화제가 됐습니다. 한형 수회장은 不問曲直하고 올해 화섬업계 전체 적자규모는 2,5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총회에 참 석한 대부분 회원사 사장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는 후문입니다. IMF 한파 직격탄은 화섬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것이죠. 98 무인년은 화섬업계에 있어서 그 어느해보다 질곡의 명암이 뚜렸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같습니다. 고합·동 국무역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한일그룹은 기업퇴 출이라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게다가 효성그룹은 주력 4사를 통합하는 강수를 던졌고 알짜배기 사업의 해외매 각도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등 화섬업체들의 생존을 위 한 몸부림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몸부림도 IMF한파 앞에는 역부족 그 자 체였습니다. 고질적인 문제는 덮어둔체 환부만 도려내 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대응이 문제였죠. 응급조치는 일 회용으로 끝내야 합니다. 이는 근원적인 문제해결에 지 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같은 노력은 눈딱고 찾아볼 수가 없어요. 단적인 예로 연초 경기가 좋아지자 원사가 여신단축 으 름장도 8월이후 오히려 되레 늘어나는 진풍경을 연출하 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완전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만 국내 화섬업체들은 너무 교과서식 경 제를 신봉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