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98IMF의 시한부적 의미…유수연기자

1999-12-28     한국섬유신문
가치잃은 졸부들의 반성기 작년 이맘때 우리는 집단 우울증에 빠졌었다. 후진의 때를 벗고 선진을 향해서 이륙을 시작한다는 희 망이 꺼지면서, 이땅에서 우직스럽도록 성실한 한 삶을 하루하루 꾸려나가던 보통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살맛을 잃어버리는 뉴스들이 연일 머리를 강타했다. 대형 금융 부조리 사건을 중심으로, 일반인의 상식으로 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부도와 도산이 줄줄이 이어 지더니 급기야는 국제 신용등급 최하위라는 판정과 함 께 IMF구제 금융관리체제 돌입이라는 숨통 터지는 악 몽과 함께 한해가 저물은 것이다. 조상의 빛난 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곳간과 창고 속에는 남퍼주기도 모자랄 만큼 넘치고 흐른다」는 환 상앞에서 정신의 가치를 잃어버린 졸부의 모습. 사람들은 거대하고 두려운 역사의 패러다임속에서, 과 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하는 절대절명과 함께,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거품이였노라」고 전세계에 낱낱히 자백해야 하기도 했다. 모든 역사의 논리는 열성의 도퇴와 함께, 피상적인 윤 리와 내재된 윤리와의 매치를 한꺼번에 요구했으며, 말 그대로 시련과 반성의 역사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98년 세밑... 상황은 다소 반전되어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IMF가 마치 시한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눈딱감고 3년만 버티면 「꽃 피고 새 우는 시절이 다시 올것」이라는 낙관적이다 못해 다소 철이 없어보이는 국민성이 세계인들을 다시한번 놀래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 많아도 하나도 버릴 수 없고, 버려서도 안되는 시간들이였다. 그런의미에서 이제 우리는 모욕과 굴욕을 넘어서 순리 와 솔직함의 정도를 생각해야하는 시점에 서있는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판이하게 달라진 시장환경 IMF는 패션업계와 소매업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 다.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지만, 패션소 비의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켓의 주도권이 바뀌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와는 다 른 타입의 것들이 팔리기 시작하고 있다. 이전의 메인 타겟이였던 부유층들을 대신해서 10대를 포함한 영층들이 패션 리더가 되었으며, 지금까지 거품 으로 포장되었던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불안해 지 기 시작했다. 불황에 강한 브랜드들은 그들의 장점을 풀로 살려, 매 상의 서열이 뒤바꿔버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대형 소매점들도 센세이셔널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1년동안의 패션에 관한 가치관이 변화가 현 저하여, 대응하는 것이 예전처럼 만만치 않아진 것이다. 일단 떨어진 가격들은 이제「가치」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으므로, 파격적인 가격이라는 충격요법 도 이제 효력을 잃었다. 또한, 핵심상품을 비롯한, 집중공략 상품의 공세도 소 비자들에게 더이상 임펙트를 주지 않게 되었으며, 일단, 그저 가볍게 유행을 채용하거나, 이전에는 잘 팔렸다는 데이터적 하는 발상도 통용되지 않으므로, 내셔날 체인 을 중심으로 한 볼륨 존들은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것이다. 여전한 백화점의 오만 그런데, 이야기를 하면서 백화점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다. 작년 11월 해외 수입브랜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줬던 국내 브랜드들이 줄줄이 부 도로 넘어지자, 백화점들은 일시적 퍼닉현상에 빠졌었 다. 오만과 편견으로 뭉쳐진 가진자의 논리가 어느날 갑자 기 뒤집혀졌을때, 그들은 무슨생각을 했을까. 부도와 브랜드 유치 실패의 반복으로 지칠대로 지치자 「이제 남은 것은 외국의 신유통군과의 한판 싸움이며, 가까운 시일내에 모두가 싹쓸이 당할 것」이라는 생각 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구태의연한 상품부 체질을 바꾸고, 다소 리스크 를 부담하더라도 상품구성서부터 거래처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혁신을 이뤄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 다. 어쩌면 의식있는 바이어들은 이번기회에 배후에 있는 조직과 상품 조달망에 관한 폭넓은 시야로 기획하고 의 사결정에 있어 고유의 능력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 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제한파의 직격탄속에서 백화점들은「너죽고 나살자」는 지극히 간단한 논리로 다시 일어나고 있다. 지독하리만큼 강인한 국민성이 IMF를 시한부적 의미로 만들었지만, 모든 변화에 명분을 주었던 IMF가 우리사 회의 모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면 명백히 불행일 것이 다. “YOU 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