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과 性의 시각
2001-08-29 KTnews
인터넷 경매 사이트 www.esale. co.kr가 진행했던 영화 ‘미인’의 여주인공인 이지현이 극
중에 입었던 팬티 석장이 경매에 들어가 지난 23일에 각각 56만원과 54만5천원 그리고 54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 7일 1000원에 시작된 이번 경매에는 77건의 입찰건수에 700만원까지 호가되는 이상과
열이 빚어지자 사회적인 비난을 의식해 조기 마감한 결과다.
이처럼 일부 네티즌들에 의한 이상 과열 현상은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에는 씁쓸한 면이 있
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현상은 속옷을 패션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성(性)과 연결짓는 사
회적 통념의 문제점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속옷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는 기능성, 패션성과 더불어 보는 즐거움(?)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속옷을 성과 연결시켜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관련사들에 대한 반
성과 이를 선동하는 일부 언론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의를 제기 할수 없다.
즉 속옷을 패션 개념보다는 성과 관련된 볼거리 이상으로 판단하지 않는 관념문제를 이제는
성숙된 시각으로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쌍방울 인터넷 속옷 패션쇼’에 참여했던 수퍼 모델 조희주의 인터뷰는 속옷의
올바른 인식부족에 대한 문제가 일반인뿐만 아닌 전문가들 사이에도 만연되어 있음을 단적
으로 보여준다.
본지 인터뷰에서 조희주씨는 “아웃웨어만을 입고 패션쇼에 참여한다는 구두상 약속을 믿고
이번쇼에 참여하게 됐으나 리허설에 들어가면서 팬티와 브래지어만을 착용하라는 회사측과
에이전트사의 요구를 받았다”며 “속상하고 창피하다”고 말했다.
만약 조희주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패션쇼의 관심을 극대화시키기위해 이름있는 모델들을
벗게 만드는 브랜드사의 보이지 않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었다고 판단된다.
즉 속옷의 올바른 관념을 주지시켜야 할 속옷회사가 교묘히 성과 속옷을 연계시키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했다면 그 비난을 비켜 갈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기자의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러한 내용을 서두에
꺼낸 사실과 다른 말이었다면, 전문 모델들조차도 속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것을 창피해 하
는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뿌리 깊게 퍼져있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속옷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노출의 계절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속옷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만연되어 있는 사회적 통념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2의 피부’, ‘패션의 시작’등 속옷에 대한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진
정으로 패션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태욱 기자 hana@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