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꿈(?)꾸는 아이이게 하소서
2001-10-19 김임순 기자
누구든, 어릴 적에 한번쯤 놀란 꿈을 꾸고 잠에서 벌떡 깨어 일어난적이 있을 것이다. ‘잡
히면 안 되는 어떤 사람에게서 도망쳐 달아나는 꿈, 뛰어도 발은 옮겨지지 않고 동동거리는
경우’ 혹은 ‘나무 가지에 손을 의지하고 겨우 매달려 있으나 무서운 동물이나를 향해 전
진해 오고있고, 뛰어내리자니 땅위에는 흉측스런 뱀들이 우글거리는 상황일 때’나는 ‘이
러 지도 저렇게 하지도’ 못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때마다 ‘꿈’이였기에 다행스럽다
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런 나쁜 꿈을 꽤 많이 꾼 것 으로 기억된다. 그런 기억은 오래갔고
그럴 때마다 어른들께 꿈 이야기를 되뇌곤 했다. “왜, 그런 나쁜 꿈을 계속 꾸느냐”고 하
면 “키가 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당시엔 ‘썰렁?’했지만 지나고 보니 상당한
‘위안’이었고 ‘희망’적인 답변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최근 면방업계가 수입사로 곤욕을 앓고 있다. 수입을 안 할 수도 없고 수입사를 규제하고
도 싶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결정 못하는 ‘어릴 쩍 꿈속 같은 상황’이 벌어지며 허우적거
리고 있는 것이다. 수입사와 국내산 제품가격이 거의 같은 수준이다. 너도나도 수입하고 있
는데 특별나게 지낼 수도 없다며 하소연하는 업체도 더러 있다. 물론 전혀 수입을 하지 않
는 업체는 드물지만 작금의 업계는 수입사 천국임을 인정하면서 면사생산을 중단 할 처지
에 놓인 것이다.
국내산에 의지하기보다 저가 대량 면사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느낌마저 감돈다. 면사수입은
1998년 IMF 당시에 잠시 주춤했다가 2000년 올해 들어 아이템 구분하지 않고 더욱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해 연말을 기점으로 카드사 외 코마사 등 비교적 고가인 국내산과 경쟁하
는 아이템들도 대거 수입되고 있다. 머지않아 원면을 100% 수입하듯 면사도 그러한 상황이
되지나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방협은 수입사규제를 위한 회의를 개최하고 수입 코마사에 대한 덤핑 제소를 검토한
바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산 코마사에 대한 덤핑 제소를 논의한 것이다. 방협은
이들 국가의 코마사 생산업체 수출 가격에 대한 시장조사와 국내 덤핑 수출이 확인될 경우
이를 무역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코마사 수입의 40-50%가 방협 회원사들
이고 수입사와 국산 면사의 가격차이가 좁혀져 덤핑 수출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다. 면방업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꿈에서 깨어나듯 현실 속으로 되
돌아 온 것이다. 하지만 어릴 적 내 꿈은 ‘희망’과 ‘위안’을 주었지만 작금의 면방업계
현실은 무엇인가. 부디∼ 아직도 꿈속이기를 기대해 본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김임순기자iskim@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