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무역부 ‘대구이전’ 시기상조
2001-10-27 김영관
“생산시설을 갖춘 무역업체의 대구이전은 빙산의 일각이다.
바잉 에이전트를 비롯 제조시설이 없는 무역업체등 무역창구를 가진 업체들의 총체적 대구
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화섬직물업체의 본사 및 무역사무소 대구이전은 의미가 없다”
11일 오후 2시 대구시청 2층 상황실.
화섬직물수출협의회 강태승회장을 비롯 17개 회원사 대표와 문희갑 대구시장, 배성진 산자
부 협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PET 직물업체들의 서울 본사 및 무역사무소 대구이전을 위
한 회의를 가졌지만 뚜렷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참석한 협의회 회원사 대표들은 대구이전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장벽을 허물
방안을 찾지 못했고 유인책을 강구하고 나선 대구시는 뚜렷한 방안을 제시치 못한 채 원론
적 방향으로만 회의를 끌고 갔다.
민은기 동성교역사장은 “2천개가 넘는 무역창구와 바잉 에이전트가 동참하지 않으면 아무
런 의미가 없다”며 이들을 동참시킬 유인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구시는 그들의 동참에 따
른 유·무형 손실을 구체적으로 제시, 해결방법을 찾아보자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또, 금융부문에서 세양산업 박순택사장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대구시의 지급보증을 비
롯 세제 금융지원의 구체적 장점을 묻자 문시장은 신용보증재단 및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기업신용 하나만으로 제한적 지급보증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 같다”며 그
러나 진 념 재경부장관과 대구은행장 등으로부터 대구이전에 따른 금융한도 불이익이 없도
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서울 못지 않은 금융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금융(여신 및 한도)부문에 대한 관심을 증명하듯 강태승회장과 회원사 대표들이 잇따라 구
체적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자 문시장은 “대구권 은행장과 재경부장관의 이해각서를
받아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금강화섬 민성기사장이 대구이전 문제는 무역창구 직원들의 설득문제가 남아있어 경
영자의 의지만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대책을 요구하자 문시장은 “서울 직원이
대구에 못 올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구체적 유인책을 만들어 가는데 다 같이 노력하자고
답했다.
특히 문시장은 무역사무소 대구이전은 업체들의 중·장기적 비전을 보고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직원들의 교육, 주거환경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현실을 외면
한 답변을 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강태승회장이 대구시장이 서울에 올라와 수출 100대 기업을 비롯, 나머지 업체들의
유치를 위해 설명회를 가져 달라고 하자 문시장은 “빠른 시일내 올라가겠다”고 흔쾌히 답
해 대구이전사업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다.
또, 지방세제 관련 부문에서도 대구시는 본사 및 공장을 대구로 이전할 경우 교육·취득·
등록·종합토지·법인세 등에 대해 5년간 면제후 5년간 50%의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는 지
원책이 정부차원에서 나와 있다고 소개해 회원사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받아냈다.
특히, 대구시는 섬유업체 대구유치와 관련 유치촉진단을 발족, 대구이전에 따른 다양하고 구
체적인 지원책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상의 애로, L/C와 관련한 기업과 은행간의 온-라인망 불비, 조합, 단체들의 동참
등 대구이전에 따라 해소해야할 크고 작은 산적한 문제들은 도마 위에만 올려놓은 채 토론
조차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했다.
건익통상 배무길사장이 밝힌 “교육, 주거환경 및 기존의 생활권 역시 어떤 사안 못지 않게
심각한 게 생각돼야 한다”는 주장에서 섬유업체들의 대구산지 이전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제를 남겼다.
결국, 대구산지 이전문제는 의욕과 제도만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현실적 필요와
이득, 제반환경 및 여건조성과 관련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가능할 수 있다는 확신을 도
출해냈다.
/김영관 기자 ykkim@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