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더큰 만족을 위하여

2001-11-06     유수연
과당 경쟁의 무모함 이전에 일본의 가전 메이커에서 액상 텔레비전의 소형화 경쟁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자 처음에 소형이면서 들고 다니기 쉬운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던 창 조적인 발상이 각사의 연구소안의 기술자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야기는 다소 이상하게 변질되어 갔다. 즉, 작게만 만들면 이긴다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모회사 연구소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텔레비전을 만드는데 성공은 했지만, 화면이 너무 작아 돋보기가 없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의미한 것이였기 때문에 판매와는 전혀 연결 되지 못한채 끝나버렸다고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결국, 과당 경쟁하에서 사람들은 TV의 사명이 무엇이였는지도 잊어버린 것은 물론, 인간 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비즈니스의 원리조차 잊어버린 것이라고 기업의 엘리트 의식에 대 해 꼬집어서 비난할 수 있는 하나의 예가 되어 준 것이다. 패션문외한과 미약한 설득력 “패션이란 도대체 무엇부터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까” 언젠가 자리에 우연히 함께 한 공무원이 느닷없이 이런 원초적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쇼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고, 이것이 옳은지 저것이 옳은지 감도 잘 잡히지 않는다는 그의 표정은 아예 “패션이란 무지하게 귀찮은 것”이라는 느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는 뭔가 정확하게 자료로서 판단기준이나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할만한 객관성도 없이 육성 과 후원, 진흥책만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몇 년간 시달리다 보면, “다 이렇게 되는 것”이라 며 苦笑를 금치 못했다. 당시, 이런 그의 말과 행동에 대해, 전혀 불쾌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그의 말이 당시에는‘절대 사실’이였기 때문이였을 것이다. 물론, 요즘들어서 상황은 약간 달라졌다. 패션을 보는 공무원들의 시선이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유화적이고, 호의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까지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패션도 나라 경제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관점에서의 자세 변화에 불과한 것이며, 아직까지 그들에 대한 설득력은 아직도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컬렉션 난립이 의미하는 불안 게다가 요즘, 소위 결정권자들이 물어보는 질문중에 가장 곤란한 것이 컬렉션의 난립에 대 한 건이다. 패션이 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도 아닌데, 마치 패션쇼 홍수에 묻혀 버린듯한 이 상황에 서 할 수 있는 말은 “오랜만에 쇼다운 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뭐든지 ‘헤프면 천해진다’는 말처럼, 희소가치적인 면에서 격이 떨어진다” 정도의 설명뿐이다. 물론, 이것은 패션에 관련된 이벤트가 많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저 갖가지 개인적 사정과 인연, 그리고 이권에 따라서, 중복과 반복 출연을 거듭하는 무모 함이 도처에 산재되어 있다는 아픈 현실을 있는 힘껏 포장해서 말해주는 것뿐이다. 또한, 이것은‘성공적’이라고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는 행사가 내부적으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과 구조를 갖고 있다는 명백한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일단, 공공단체가 사기업과 주최의 자리를 나란히 하여, 자금과 명분을 교환하여 업계의 전 체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렇고, 이번 컬렉션의 구성 멤버도, 일과성인지, 정 기적인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절실한 것은 서로의 장점을 이해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를 조화시키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고찰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달라진 시대를 사는 키워드 일본의 베스트 셀러중에 ‘超사고력’이라는 책을 보면, 향후 시대의 흐름을‘정답이 없는 시대’로 정의, 가장 현명한 선택과 판단에 대해 줄곧 언급하고 있다. 즉, ‘퀴즈의 시대가 끝나고, 퍼즐문제로 돌입했다’는 이 책의 서두는 혼돈의 상황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답을 만들어 내기 위한 또다른 발상의 전환을 암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다차원적인 사고를 갖기 위해서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우선 선입관에서부터 벗 어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의 모습을 판단하는 지혜를 갖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정보를 모으는 일은 가능해도 실적이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래를 전망하는 발상력 내지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패션은 알 수 없는 푸닥거리”정도의 인식으로 부터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흔히, 한국 기업과 엘리트들은 국제화 시대의 하청업자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