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측정 바로미터(?) 신사복

2001-11-13     KTnews
화창한 늦가을의 한 낮. 공원에 40-50대 남성들의 무리가 유난스럽게 시야에 들어 온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벤치에 삼삼 오오 모여 앉아 낮은 저음으로 뭔가를 얘기한다. 커피파는 아주머니가 인심 좋게 넘칠만큼 커피니 율무차니를 쟁반에 받쳐 나르면서 대화에 끼어든다. 대충 들리는 얘기는 ‘먹고 살기가 힘들다’가 주제인 것 같다. 다른 한 무리에는 조용히 신문이나 책을 읽는 신사들도 보인다. 오전 11시 도심에 있는 한 공원의 풍경(?)이다. 역시 소식통인 커피아주머니 말로는 아침에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일거리를 못 잡은 가장들 이 그냥 집에 들어가기 민망스러워 시간을 대충 보내고 있는 거라 한다. 또 실직당한 회사 원들 역시 평소 제목만 보던 신문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광고까지 꼼꼼히 보는 것으 로 시간을 때운단다. 전쟁이 나면 제일 가여운 존재는 여자와 아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제대란속에선 가장이 제 일 불쌍한 존재라고 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존재와 소소한 자존심을 모두 버린 가장이지만 집에선 제일 존경 받는 존재가 바로 가장일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수 없는 힘없는 가장은 마치 자신 의 모든 것을 잃은 양 실의에 빠질 수밖에 없단다. 최근 기업퇴출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불안 심리속에서 실업자가 100만이 초과 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의류업계의 매출은 IMF이후 처음으로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해결될 일도 아니고 패션기업들은 자금융통도 어려운 가운데 매출부진에 따른 경영난 에 허덕이고 있다. 언제 끝날지, 경기가 풀릴지 모르겠다며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해당기 업 임원들은 불안심리를 드러낸다. 그 중 신사복은 제일 치명타를 입고 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아이템인데다가 비즈니스나 회사원들의 필수 의복으로서 목적 구매를 보이고 있는 신사복은 최근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 달리고 있다. 내일 당장 해고될 수도 있고 또 주식시장은 불안심리가 팽배한데 신사복을 사입겠다는 사람 이 있을리 만무하다.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트랜드변화에 따라 당장 수요가 생성되기도 어렵다. 최근 업계는 캐주얼을 확대하고 온-오프를 범용할수 있는 비즈니스캐주 얼 자켓등을 개발하고 판매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최근 신사복업체들은 행복과 가족에 초점을 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답답한 시대, 설득력있는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보자는 의도인 듯하다. 해법이 없는 가운데 업계의 몸부림에 가까운 판촉전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