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의 守株待兎
2001-12-11 김임순 기자
옛 고사성어에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이 있다. 변통할 줄 모르고 어리석게 지키기만 함
을 꼬집은 것이다.
송(宋)나라 때 어떤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농부는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뛰어오다가 밭
가운데 있는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을 보았다. 덕분에 토끼 한 마리를 공
짜로 얻은 농부는 ‘농사일보다 토끼를 잡으면 더 수지가 맞겠다’고 생각하고는 농사일은
집어치우고 매일 밭두둑에 앉아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토끼는 그곳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 농부는 송(宋)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밭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 농사를 망친 것은 물론이었다.
국내 면방 업계가 수입해 오고 있는 원면 전량은 수입관세 0.5%를 내지 않고는 절대로 반
입할 수 없다. 재경부가 세금을 받아야만 통관을 시킬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면방 업계가 섬유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관세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수입
품의 60%가 수출용으로 들어오는 원자재임을 주창해도 환급을 받으면 되지 않으냐는 식이
다.
일방적인 규칙에만 얽매어 시대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섬유업계가 환급금을 받기 위해 별도의 인력을 고용해야하는 것과 서류를 작성할 때 낭비되
는 시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능률을 창출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가야 살수 있
다는 시대소명을 망각한 처사다.
한비자(韓非子)는 요순(堯舜)을 이상으로 하는 왕도(王道) 정치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
고 주장하면서 이 수주대토(守株待兎)의 비유를 들었다.
그는 시대의 변천은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 것이라고 보고 복고주의(復古主義)는
진화에 역행하는 어리석은 착각이라고 주장하면서 낡은 관습을 지키며 새로운 시대에 순응
할 줄 모르는 사상 또는 사람에게 이 수주대토(守株待兎)에 견주었다.
우리나라 재경부가 세수에만 얽매어 형식과 능률면에서 뒤 처지고 있음은 이 수주대토와 걸
맞다. 요순을 이상으로 하는 왕도정치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한비자가 지적했듯 재
무부가 지나친 세수목적에만 연연해하기보다 섬유산업을 경쟁국가보다 강하게 만들어 더 많
은 세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모르고 어리석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섬유산업의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과 대만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원면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달리 원면수입관세는 전혀 없다. 선진국가가 세수를
몰라서 무관세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임순 기자iskim@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