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아름답게 해야할때
2002-01-16 유수연
배아픈 사람들의 집단 새디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왜 우리나라에는 ‘명품이 나오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때, 머리좋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갖가지 이론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공감이 많
이 갔던 이론은 ‘남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칭찬에 인색한 국민적 성향 탓’이라는 대목이
였다.
즉, 누군가가 어떤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어느정도 성공의 기반에 오르려 할때면, ‘반드
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사람은 운이 좋은 것뿐이고 실제로는…’는 하며, 발걸고
나서는 사람이 분명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당연히 애초의 크리에이터는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거나 혹은 엉뚱한 상처를 받거나 하면서,
명장으로 클 수 있는 자신감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재해나 고통앞에서 성금의 줄을 가장 길게 만드는 것도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타인의 승승장구에 대해 뒷공론과 비난이 가장 많은 것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빈정거림
의 근원이자, ‘배 고픈건 참아도 배 아픈건 못 참는’ 우리의 기본 심성을 증명해주는 또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노력과 연륜을 인정못하는 풍토
실제로, 이나라에 느닷없는 옷 로비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알려질 만큼 알려진 디자
이너를 3류 코미디언처럼 비하시켜가며 ‘손에 닿지 못하는 이미지는 허황된 사치에 불과했
음’을 확인하는 쾌감에 빠져들어 간적이 있다.
어쩌면 당시의 사람들은 문제의 핵심보다는 남의‘감추고 싶은 부분’를 궂이 밖으로 끌어
내어,‘패션이란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덤비는 골빈 사람들의 머니게임’으로 희화시키는
작업에 더 열중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유명은 해도 화려함은 결코 인정해 줄 수 없는’ 이 사회의 풍토를 말해줌
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철저히 깍아내리고 싶은 배아픈 사람들의
집단 새디즘의 또다른 표현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럴때‘ 다른 사람들이 진심으로 기뻐해 줄 것으로 믿는 것은 정말 바보’라고 시니컬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그는 현명하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말이라도‘바랄걸 바래야 한다’는 식의 이런 진리는 이미 이나라를
살아가는 방식임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비젼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라면.
비슷한 예로 수출업자들의 가장 큰 애로는 한 바이어에게 국내 수출업자들이 여럿이 붙어서
가격을 깍아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수입을 할때에도 될성싶은 아이템에는 가격 올리기 경쟁이 붙어서, 역시 ‘못해 먹겠다’고
한다.
남 잘되는 것이 배가 아파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아예‘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식으로
달려들기 일쑤이기도 하다.
국내 전시회에 신상품 전시가 없는 이유도, ‘아이디어 카피’와 바이어들의 가격비교 협상
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실력있는 다른 업체와 라인업체제로 수출시장을 개척이 이처럼 ‘꿈속의 꿈’과 같은 이야
기인 판에, 제대로 된 고급 바이어가 우리 전시회에 모여들기를 바란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
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운 주문이라는 것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상황이 이정도라면, 정말 독한 사람들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웬만큼 성공한 사람들은 손도 댈수 없을만큼 매몰찬 이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식이라면, 지금 우리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인정해 줄
수도 없고, 후진들에게 비젼을 보여줄 수도 없는, 병든 사회에서 정말 용케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명분이 만들어주는 희망
그러나 희망은 조그만데서 싹트고 있다.
30년동안 한번도 바자나 세일을 해본 적이 없었던 한 디자이너가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자
신이 진정 옳았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세일도 처음이였지만 갤러리 형식으로 운영하는 특이성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서
양화를 감상하듯이 몇날 몇일을 계속 찾아오는 고객들의 모습에서 디자이너로서의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익금의 전부인 몇천만원을 불우이웃돕기에 아낌없이 내
놓았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나눠 주었다’는 이런류의 미담이 나오면, ‘뭔가 찾을
것’이라며 비틀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류의 디자이너의 사회참여는 패션의 의미를 일반인들에게 가장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먼저 사랑하기’의 실천이 분명한 만큼, 있는 그대
로를 명쾌히 인정해 줄 수 있는 긍정적 시각이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