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의 세계일류화
2002-02-07 KTnews
정부가 전통산업의 세계일류화 육성을 본격화한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전통산업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디지털 개방경제 속에
서 전통산업의 세계일류화를 위한 인프라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정보화·기술혁신 드라이브 ▲부품·소재산업의 수출주력화 ▲에너지절약 시
스템의 혁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선 신 장관의 발언을 접하면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하고 또 정부의 산업정
책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3년간 구조조정의 회오리와 IT 및 벤처산업의 등장으로 헌신짝 신세로 전락했던
전통산업이 재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로 여긴다.
비록 뒤늦기는 했어도 정부의 시각 전환은 전통산업에 종사하는 勞使 모두에게 정부의 산업
정책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전통산업은 무엇인가. 한마
디로 오늘의 한국경제를 이끈 기관차였다. 지금 전통산업에 대한 평가절하 추세가 만연하지
만 굴뚝산업 그 자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국가의 경쟁력은 모든 산업이 골고루 육성돼야 온전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IT를 비롯한 신
산업도 그리고 전통산업도 독단적으로 마냥 움직인다면 그 힘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정부의 전통산업 육성의지는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접목을 통해 시너지 효
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이를 입증하듯 신 장관은 “정부의 시책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통산업 업계가
기술·지식집약화, 경영합리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질서에 발빠르게 적응해 나갈 것”을
요청한 것은 時宜適切한 주문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정부의 발상의 전환을 접하면서 그렇다면 국내 전통산업 가운데 어느 산업이 세계일
류화에 가장 근접해 있느냐고 반문했다. 국내 모든 전통산업 나름대로 경쟁력은 있겠지만
섬유산업을 능가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전통산업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섬유산업만큼 전통산업인 동시에 첨단산업의 양면성을 갖춘 산업은 없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은 IT를 비롯 신산업이 발효하는 현재도 국가의 富를 전담하는 효자산업이다. 그리
고 이 같은 명제는 결코 변질될 수 없는 본질 그 자체다. 2000년 한국의 무역수지를 보자.
연초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한국의 무역규모를 3,300억 달러로 추정·발표했다. 이중 수출은
1,726억 달러, 수입은 1,604억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122억 달러 흑자였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무역흑자 내용을 살펴보면 섬유산업의 기여도를 제외할 경우 전체산업의 무역수지는
오히려 적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2000년 섬유수출은 약 190억 달러로 추정됐고 섬유부문 무역수지는 약 131억 달러 흑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결국 한국의 무역수지는 섬유수출 부문을 제외하면 전체산업은 약 111억 달러 적자라는 계
산이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최고 효자산업인 동시에 외화를 벌어들이는 첨단산업임을 재확
인시켜주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섬유산업은 88년 이후 매년 1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통산업이든 IT
및 신산업이든 한국의 어떤 산업도 섬유산업만큼 흑자를 기록하는 산업은 아직 없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國富를 발생·유지해주는 최고의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국내최고 전통·첨단산업이면서도 정부 및 일반 국민들의 섬유산업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도 국민도 섬유산업을 육성하자는 겉치레 구호만 남발할 뿐 눈여겨보는 것조차 아까워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정부는 4대 부문 구조조정과 관련 수백 조 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 성공여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의 의견이고 대다수 국민 역시
회의론적 시각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시점서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좀더 거시적인 시야를 갖고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대 부문의 1%만이라도 지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지금 섬유업계는 화섬·면방·화섬직물 산업을 중심으로 혹독한 구조조정 열병을 앓고 있
다. 도산·부도 섬유업체가 속출하고 또 워크아웃·화의·법정관리를 받는 업체도 수두룩하
다. 그렇지만 이 모든 여건 역시 섬유업계 스스로 풀어야 하는 과제다.
다만 정부가 조금만 신경을 기울였던들 섬유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한결 손쉬웠을 것
이고 정부의 전통산업 세계일류화 육성 명제를 충족시키는 시금석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뿐
이다.
/전상열 편집국장 syjeon@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