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홈 ‘사모님! 쇼핑 관광단’

2002-02-12     KTnews
‘이태리에서 시즌마감세일을 하면 유럽이 술렁거리고 홍콩이 세일에 들어가면 아시아가 들 썩인다’ 홍콩행 비행기안. 잘 차려입고 말쑥한 젊은이가 한 뭉큼의 여권을 손에 들고 분주하게 움직 인다. “사모님, 입국신고서는 제가 잘 작성했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지나칠 정도 로 깍듯한 이 젊은 남성은 아마도 여행사 직원인 것 같다. 옆에서 누군가 수군거리는데 그는 홍콩쇼핑관광사로 유명한 M여행사 직원이라고 한다. 이 M여행사는 기내방송에서도 ‘감사의 뜻’을 전달받을 만큼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았다. 한 떼의 ‘사모님 쇼핑 관광단’은 여행 내내 어디서 무슨 유명브랜드를 얼마에 샀고, 누구 여사는 뭘샀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과히 세계 명품집에 수록된 유명브랜드를 줄 줄이 꿰고 있는 것 같다. 홍콩은 최근 쇼핑천국이란 닉네임이 썩 잘 어울리게도 마르코스호텔에서부터 오션터미널에 이르기까지 각기 떨어져 있던 쇼핑공간을 하나로 잇는 ‘Harbour City’를 완공했다. 이곳에는 700여개의 점포가 들어와 있고 세계각국의 유명브랜드와 현지제품들이 모두 판매 된다. 하루를 꼬박 돌아다녀도 다 보지 못할 만큼 하나의 쇼핑도시화를 실현한 것이다. 구찌, 버버리, DKNY, 페라가모등 세계유명브랜드매장에는 ‘일본인’ 아니면 ‘한국인’이 줄을 서있다. 왠만한 가격대에도 ‘와-싸다’는 말을 연발하는 낯익은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이태리도 마찬가지. 유명브랜드 매장엔 한국사람 천지다. 물건을 사든, 구경만 하든지 간에 상품의 밸류와 구매목적을 따지지 않고 일단 사들이기 바쁜 모습이다. 이태리에서 시즌마감 세일을 하면 일년내내 저축을 해 온 영국인들조차 이태리로 쇼핑을 떠 난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상품, 혹은 명품 한 점씩을 소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유명브랜드의 세일가격은 과히 합리적이라 할수 있다. 시즌대비, 연도대비, 트랜드에 대비해 30-70%까지를 매겨 ‘눈이 보배’일 경우 좋은 상품을 잘 골라 살수 있다. 이태리는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몰려든 합리주의 소비자들로 인해 세일내내 술렁인 다. 불황일때마다 ‘쇼핑’이 마치 경기파탄의 주범인양 몰아가는 한, 영원히 돈 많은 소비자들 을 외국으로 내 몰게 될것이고 올바른 쇼핑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쇼핑관광을 찾아오는 외국인들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것이다. 잦은 세일에다 제값도 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우리 패션업계로서는 경기가 저조할때면 반드 시 등장하는 뉴스메뉴 ‘고급 상표-사치성 소비풍조 조장’쯤으로 취급하는 ‘엽전의식’ 이 언제쯤 사라져 줄지 답답할 뿐이다.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