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으로서의 후드와 해트…조능식
2000-02-18 한국섬유신문
▼1940년경으로 기억하지만 일본 도쿄의 한 모자점(도
쿄 해드)의 광고가 제법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도 기억
에 남아 있다.
「머리에 얹었다고 다 모자냐?」는 반문식(反問式)의
멋진 캐치풀레이즈였다.
우리 옛 조상들이 외출하거나 점잖은 자리에 갈 때는
으례히 의관(衣冠)을 갖추었듯이 패션을 조금이라도 생
각하는 남성(여성)이라면 결코 모자를 소홀이 할 수는
없다.(이왕 모자를 쓸바에야).
─ 실례되는 얘기지만 이따금 TV 토크쇼에 출연하는
모(某) 철학박사님이 쓰고 나오는 「헌팅캡」은 대단이
희화적(戱畵的)이다. 머리위에 달랑 얹어 놓은 모습은
마치 사람을 웃기기 위한 코메디언의 그것과 같아서다
(미안─미안).
▼그 얘기는 그만 두고 요즘에는 캐주얼한 복장에서 많
이 눈에 띄는 것의 하나이지만 복식용어(服飾用語)의
하나로 「후드=HOOD」란게 있다.
후드란 머리 전체를 덮어주는 「머리 덮개」를 말한다.
오늘날의 후드는 비바람이나 눈보라 등을 막기 위해 코
트, 점퍼, 윈드브레커, 요트파커 등에 붙어있거나 파스
너(지퍼)로 붙이고 띄어내기가 쉽게 만들어져 있다.
▼후드의 어원은 인구조어(印歐祖語)인 「KADH(덮
다)」에서란 설인데 이것이 게르만語로 들어와
「XODAZ」가 되고 옛영어(古英語) 「HOD」 ─ 그리
고 현영어인 「HOOD」가 됐다는 것이다.
독일語로는 「HAT」, 네덜란드語로는 「HOED」다.
그건 그렇고 후드의 뜻은 넓게 쓰이고 있다.
이를테면 학위(學位)의 표장(表章)으로서의 대학식복(大
學式服=가운)의 등에 느린 천이나 자동차 등 몸통 덮
개, 자동차의 본닛, 여성이나 아동용 모자의 하나를 일
컫는데도 쓰인다.
다시 굴뚝 위에 얹어 놓은 <갓>, 타이프라이터(타자기)
와 기계 등의 덮개, 카메라의 렌즈덮개 등─ 광선이 들
어가지 못하게 하는 차광기구(遮光器具) 등까지도 <후
드>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으로는 미국사람의 성씨에 “HOOD”가
있는데 이것은 조상중에 모자가게나 후드가게를 하던
사람이 있었던 관계인지도 모른다.
전설의 영웅적 도적에 “로빈 후드=ROBIN HOOD”
는 삼척동자까지도 모르는 이가 없다.
또 영국 해군에는 18세기 이래 네 사람이나 제독(提督)
을 배출한 “HOOD”家는 유명하다. 이 가문의 이름을
딴 전함(戰艦) “후드”는 제2차세계대전 초기인 1941
년 5월 북대서양에서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 등에
의해 격침되고만 것은 역사에 남아있는 전쟁실기의 하
나이다.
─ 어쨋거나 <후드>란 말은 모자인 <해트>와는 형제
어(兄弟語)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