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진출의 허와실
철저한 시장조사 최우선
2002-03-12 KTnews
“파르코 백화점의 ‘동대문시장’에 입점한 50여 업체중 2-3군데만이 고매출성장을 하고 있고 대부분 업체는 손해의 폭이 커지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 업체는 마켓 프로덕션(MP)사의 다점포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동대문 시장’ 입점업체중 MP사와 함께 타 지역으로 함께 이동하기를 희망하는 업체가 겨우 2,3개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내리는 일본 ‘동대문시장’에 대한 평가다.
특히 이 상인은 “3개월 동안에 2,000-3,000만원 손해는 기본”이라고 밝혀, 일본 진출의 실체는 ‘참담한 실패’라는 평가가 적절하다 지적한다.
이처럼 개별 상인의 주관적인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에는 실제 투자된 금액, 손익 분기점, 일본시장 환경 변화등을 따져보면 그 해답을 찾을수 있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개별 업체들의 1인 한달 체제비는 얼마나 될까.
현재 일본에 나가 있는 상인들은 비즈니스 비자가 아닌 15일의 관광비자.
그렇기 때문에 한달에 최소한 2번을 다녀간다면 비행기 및 교통비는 120만원 정도.
이에 제일 저렴한 숙소를 기준으로 한다해도 숙박비는 90만원 가량이며 최소한의 식대비는 한끼 8,000원 기준으로 볼 때 하루에 24,000원, 즉 한달 식대비는 25일만 계산해도 60여만원 정도다.
기타 잡비가 40여만원 정도만 계산해도 최소 1인 한달 체제비는 300-400만원은 훌쩍 넘는다.
또한 월 임대료 3달치를 기준으로 내고 있는 임대보증금은 적게는 300-500만원, 많게는 1,000-3,000만원까지 다양하게 책정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임대 보증금은 국내와 달리 임대건물의 감가상각비에 포함되는 금액이어서 100% 회수되는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홍보비가 평균 50여만원, 매장 관리 인건비는 1인당 평균 200여만원, 기타경비를 계산하면 최소한 한달 1점포 운영비는 최소한 600만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매장 최소 운영비를 600만원으로 보고 10%마진이라면 월 1억 2천만원 매출을 올려야 손익 분기점이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3-4배정도 비싼 가격으로 일본에서 팔리고 있다는점을 감안한다면, 국내에서 일 1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정도라고 보면된다.
그러나 현재 일본에 진출 업체의 평균 매출은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상인들은 전하고 있어 손해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대문 제품들이 과연 싸다고 말할수 있을까.
일본의 10-20대의 유행속도는 매우 민감하게 변하고 있고 그러기에 저렴한 가격에 옷을 구입해 한두번 입고 버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 소비자들이 동대문 시장 제품의 초저가에 매료되기에 충분했으며 이는 초기 시장 진출의 성공비결이 됐다.
하지만 초기 성공에 비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동대문시장 인지도는 결국 브랜드 부재에 그 이유가 있었다.
일본 동대문시장과 비교되는 브랜드를 꼽으라면 당연히 일본의 ‘유니크로’, 홍콩의 ‘지오다노’정도.
특히 ‘유니크로’는 전량을 중국에서 OEM방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은 동대문 시장보다도 더 저렴하고 품질은 월등히 우수하다.
현지에서는 “한 상권에 ‘유니크로’가 뜨면 주변 의류 상가들은 망했다”고 말할 만큼 그 영향력과 브랜드 파워는 막강하다.
즉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일본의 저가 의류시장을 장악함으로써, 개별업체 별로 진출하는 현재 방식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걸 의미한다.
▲상인들의 일본 시장에 대한 인식부족도 문제
일본 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 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한 시장 조사에는 일본의 역사와 문화, 경기의 흐름을 읽고, 일본 패션 경향을 파악하는 다양한 정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입점 업체들은 국내의 10배 환율차이만을 생각한 단순한 가격 경쟁만을 지향했다.
이는 결국 침체된 일본 부동산, 소비경기와 맞물려 현지 진출과 함께 성공의 보증수표처럼 작용했으나 현재는 그 한계가 차츰 들어나고 있다.
/하태욱 기자 hana@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