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뭐 먹고 사나”
2002-03-20 한선희
비패션인에서 출발한 여성복 브랜드사들의 시장안착을 위한 역경은 눈물겹고 수업료는 턱 없이 비싸다.
옷에 대한 애착으로 이 업을 시작했거나 어떤 사유로 경영에 뛰어들었거나 하나같이 고통스러움에 밤잠을 설치는 과정을 안 겪은 이 없을 정도다.
사람에 대한 신뢰감 상실이야말로 이 사업에서 실패했다면 가장 먼저 느끼는 비애다.
해마다 다수의 브랜드가 생겨나고 알게 모르게 다수의 브랜드가 정리된다.
그럴듯한 브랜드 하나 런칭하는데 자금이 보통 30억이라고들 얘기하니 1년에 5개 신규브랜드만 정리돼도 수백억원이 흔적없이 공중 분해되는 셈이다.
요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브랜드의 생사에 상품력, 마케팅력, 유통, 자본 잠식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거론될 수 있다.
일단 성공적 브랜드의 런칭과 시장안착에는 인적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잦은 인력 교체는 치열한 생존 경쟁서 앞으로 나가기도 바쁜데 발목을 붙잡는 격이다.
런칭쇼를 앞두고 영업부 전체가 사퇴하던가 몇 주 영업도 해보지 않고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디자이너를 갈아버리는 등 시행착오는 오너의 결함에서도 오고 인적 구성의 허점서도 온다.
최후 히든카드로 유명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던 모 브랜드.
아마 상반기에는 투자도 같이 한다는 후문이었다.
그러나 동상이몽의 엇갈린 이해가 결국 지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해온 브랜드를 접게 했다.
프로모션을 하던 그 경영인이 샘플 사입을 요구했다는 것에서 뭔가 오너의 분노를 자아냈다는 얘긴데 그 뿐만은 아닐게다.
어쨌든 여성복 사업의 쓴 맛의 결정체는 사람에게서 본다.
얼토당토 않은 몸값에 놀라고 그 화려한 경력에 별거 아닌 실력에 화나고 무책임한 태도에 황당하다.
요즘 브랜드의 수익성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날로 야금야금 오르는 백화점 수수료에, 자의반 타의반 찍어대는 가매출, 상승되는 임금, 이제는 행사마진도 오르고 그나마 찍기매출도 정상키로 찍어야하는 상황이다.
한달에 한 매장 유지키위해 1억7천만원의 매출은 올려야 그나마 마이너스 면한다는 분석이다.
도대체 몇 브랜드나 한달 매출이 1억7천 이상이 오른다는 건지, 나머지는 다들 무얼 먹고 사는 건지...
사람에 대한 신뢰 회복에서부터 공존공생을 위한 백화점의 기본 개념 정립까지, 이젠 앞으로 남는 것도 없어지는 이 시점에 패션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전환이 시급하다.
/한선희 기자 sunnyh@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