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부천 이원수 사장

2002-03-22     양성철
국내 최고 품질의 자수직물을 생산하고 있는 주식회사 부천(대표 李元洙)은 이제 세계 최고의 자수직물회사로 부상하고 있다. 스위스와 이태리 등 자수직물선진국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이 수출하는 자수직물은 야드당 25만원∼30만원 선으로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제품. 이것은 국내 섬유산업이 나아갈 방향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실예다. 이 회사는 지난 75년부터 자수직물수출로 출범했으며 82년 부천에 자수기 10여대로 자체공장을 운영하면서 자수품질향상으로 세계적인 회사들과 경쟁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그리고 92년 남동공장을 준공하면서 세계 최고급 자수직물생산업체로 도약한다는 야심에 찬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3년간의 조사 및 준비기간을 거쳐 92년 140억원을 투입, 대당 6억원이 넘는 세계 최고급기종인 스위스의 사우라(SAURER)기종 15대를 도입했다. 92년 당시 아시아 지역은 가격이 유럽기종보다 30%저렴한 일본의 히라오카 기종이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비싼 스위스기종을 도입한다는 것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여기에 컬러체인지가 가능한 기종은 대당 1억 5천여만원이 더 추가되는데 전체 15대 도입 중 8대를 컬러체인지 기종으로 선정하자 국내 자수업계는 물론 일본에서도 무리한 투자라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세계 최고급기종을 대량으로 도입한 회사는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없었던 과감한 투자였다. 이러한 투자효과는 설비도입 후 5년을 넘지 않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시아지역에서 중국등 후발국들이 일본기종의 자수설비를 대규모로 도입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천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저가 시장을 버리고 최고급 설비로 최고급 제품을 생산하여 유럽과 일본 최고급브랜드를 상대로 제품을 생산하여 중국 등 동남아시아국가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특히 남동공단 1500여평의 생산공장을 항온항습기능을 갖춘 첨단 온도조절설비를 도입, 수분과다로 인한 원사의 절사불량을 획기적으로 개선, 품질고급화를 실현했다. 아울러 스위스 사우라 회사에 직원들을 6개월 이상 연수교육을 보내, 자수직물선진국의 기술습득에 전력투구했다. 이 회사가 생산현장에 에어컨을 도입할 당시 에피소드도 많았다. 다른 경쟁사들은 그 많은 비용을 투입해 무엇 하려 공장에 에어컨을 설치 하냐고 반문했고, 우리는 사람들의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 못지않게 제품이 살아 숨쉬는 조건이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후 이 회사 제품은 품질 하나하나에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업계에 그대로 확산됐다. 2∼3년 후부터 하나 둘 씩 생산현장에는 에어컨이 설치되기 시작했던 것. 또한 첨단디자인 개발캐드도입 및 생산설비 온라인 시스템으로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생산기술 마케팅전략은 동반상승 효과를 가져와 해외에서 최고급자수직물로 인정받고 있다. 부천은 디자인개발과 샘플제품생산으로 월 170아이템을 개발하는데 이를 위해 드는 비용은 월 3천5백만원정도로 고급제품개발에 대한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고품질은 우수한 생산설비 외에 꼼꼼한 검품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차적으로 제직과정에서 검사하고 2차는 제직후 검사 3차는 보완미싱작업 후 검사와 마지막으로 염색가공후 포장전에 검사등 4차례에 걸친 검사를 진행, 완벽한 제품만을 출고한다. 이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ISO 9002품질인증 시스템을 도입, 곧 인증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천 이원수사장은“전임 이시원사장이 모든 기반을 닦아 놔서 나는 관리만 하는 실정”이라고 겸손해 하면서“자수직물은 가장 패셔너블하여 시장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형 사업이며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디자인과 소재를 유행에 맞추어 신제품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에서 저가제품을 생산하면서 중국과 가격경쟁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국내 자수업계는 제품고급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 회사는 방문하면 최첨단 기종으로 작업하는 모습과 매쉬원단을 부직포에 접착시키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다림질하는 아줌마들의 작업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이같은 이유는 자수용 망사 원단에 부직포를 붙이는 작업이 자수품질을 좌우한다는 노하우를 사우라 社로부터 전수 받은 뒤로 많은 작업공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는 수작업을 고수하고 있는 것. 이같이 품질 고급화 노력은 설비투자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이 회사의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