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 有感…조능식
2000-02-10 한국섬유신문
▼지난 11월 중순 갑자기 습격(?)해온 심장의 충격때문
에 생전 처음으로 병원─그것도 응급치료실을 거치곤
중환자실 신세를 지는 등 약 2주일동안을 병마와 싸우
는 고통의 시간을 맛봐야 했다.
─기계가 낡으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게 마련이라지만
인간이라고 다를리 없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금년 겨울은 수십년동안을 빼지않고 즐기던 <
얼음낚시>를 단념하기까지하는 <비극>(?)을 감내해야
만 했다. 놀부심보는 아니지만 금년 추위가 대단치않아
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타래子가 자주 가는 낚시터의 얼음이 시원치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고─ 자유롭고
─ 명랑하고─ 즐겁게─ 청결하며─ 활동적이며─ 질서
를 지키며─ 웃으며 젊게 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소
망들은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폭넓은 취미와 수양의
산물이어서 어디까지나 본인이 창출해내야하는 범주임
엔 틀림없다.
▼낚시를 취미로 시작한지 60년가까우니까 매주 교외로
나가는 일은 누가 뭐래도 습관으로 몸에 배어버렸다.
오랜세월 여기서 얻어진 삶의 교훈같은 것들도 적지않
다.
우선 자연의 오묘한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농촌─그 인
심─ 그리고 물고기의 생태와 자연의 함수관계 등등 실
로 무궁무진한 감동과 감격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낚시는 때와 장소에 따라 또는 어종(魚種)에 따라 방
법이 다르니만큼 그 <채비>와 방법이 다르다. 따라서
그 멋과 묘미도 다르다.
푸르른 계절과 달리 온통 백설로 뒤덮인 하얀 겨울의
<얼음낚시>는 또 다른 계절적 흥취가 깊어 낚시인들에
겐 겨울스포츠로 사랑받는다.
─얼음낚시는 해방 전후에서 6·25를 겪은 뒤인 ─즉
70년대초에 이르러서야 몇몇 「과학적 낚시」를 모색하
는 낚시인에 의해 처음으로 장이 열리게됐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얼음낚시의 역사는 30년가까운 셈이다(전
부터 한강의 잉어잡이 어부만은 예외였지만─).
▼야생동물들이 다 그렇지만 겨울동안을 동면(冬眠)하
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물고기를 포함해서 동면아닌
휴면(休眠)에 빠진다는 사실이다.
얼음 밑바닥에서 물고기들은 꼼작않고 웅크리고 있다가
얼음구멍이 뚫리고 거기서 지렁이 미끼가 바로 코앞에
드리워지면 고기들은 그만 함정(?)에 빠져드는 신세가
되고 만다.
─얼음낚시는 겨울스포츠이지만 <위험>도 뒤따른다.
특히 <입춘>이 지난 2월 한달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