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적 내추럴 과 애인 신드롬
2002-04-04 유수연
공허한 현대인의 내면풍경
함정임의 ‘아주 사소한 중독’은 사랑의 공허함과 몰락의 이미지를 일상에서의 일탈이라는 주제로 표현한 책이다.
가슴으로 통하는 정신적인 사랑이 아니라 적나라한 육체적 사랑이 전부임을 표현한 이책이 최근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 부도덕성때문만이 아니다.
다만, 서로의 교감을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단절을 체험하고 마는 현대인들의 공허한 관계… 그리고 사랑은 일시적 정신장애이며 아주 사소한 중독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주 무표정하고 리얼하게 확인해가고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회는 온통 ‘애인 신드롬’에 휘말려 있는 느낌이다.
TV고 영화고 할 것 없이 별다른 이야기의 전개도 없이, 심지어는 교과서적인 결론까지 정해져 있는 이런 통속적인 멜로 드라마들이 별스럽게 인기를 모으는데는 물론, 여러가지 배경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인’보다는 뭔가 비밀스럽고 게다가 섹시한 이미지마저 담고 있는‘애인’이라는 단어의 뉘앙스와 함께, 언제나 교육 방송과 같은 TV들이 느닷없이 ‘불륜’이라는 이슈를 담았다는 것 자체에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요즘처럼 톡톡 튀는 사고방식에 때로는 도발적인 표현이 개성으로서 추앙받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런류의 다소 낯간지러운 느낌의 표현들이나, 신파조의 감정 나열들이 뭔가 ‘촌스러운 의외성’으로 사람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지 모르겠다.
급부상하는 에로틱 소재
그러나 사실, 이런 현상은 따지고 들면 도덕교과서가 되지만, 감정의 기복을 파고들면 문학이 되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차피 시대가 변하고, 모든 가치관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양가집 규수처럼 소극적이고 은밀한 아름다움은 소설속에 묻혀버린지 오래이며, 이제는 온몸으로 미를 갈망하려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흔들리고 있는 이 시대에 있어, 레이스, 시스루 망사, 끈이라는 소재 역시 요즘 기본중에 기본이 되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의미에서, 요즘 시장에는 이런 말초적인 섹시함에서 한술 더 떠 인공적 내추럴인 에로틱 소재가 부상하고 있다.
사실, 에로틱 소재는 98/99년 추동 유럽 얀 견본시 엑스포필에서 제안된 것으로 레이스, 자수 오팔가공과 쉬폰등, 투명감 있는 섹시한 소재들의 흐름이 한보 더 진전되어 보다 관능적인 무드를 표현하는 소재로 등장했다는 것이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에 가까운 인공 내추럴
사실, 80년대는 주로 에컬로지컬 하면서도 내추럴한 소재가 유행했으며, 90년대 중반까지는 하이테크, 후반은 데코레이티브와 팬시 소재, 그리고 후반에 와서는 내추럴지향이 부활했다.
그러나 90년대식 내추럴이 80년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였듯, 인체의 피부와 거의 같은 감촉으로 표현해 가는 이 인공적 내추럴 ‘에로틱’의 전면 대두는 기존의 내추럴과 또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에로틱이란 원래 감각에서 나오는 이미지다.
그런의미에서 외견은 별스럽지 않아도 만지면 섬칫할 정도로 차분하고 촉촉한 감이 드는가 하면, 손안에 감겨드는 느낌이나, 볼에 부비면 황홀할 정도의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기모소재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이 에로틱 소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각으로 현실에 더없이 가까운 리얼리티 감각의 소재로서 3가지 타입을 들 수 있다. 우선, 트위드등의 울. 보통 트위드라고 하면 성글게 표현되는 질감이 특징이지만, 에로틱 트위드는 그것을 뛰어 넘어 다소 가라앉은 느낌이 있으며 손에 감길 정도로 毛가 길다.
또한, 인간의 피부와 같은 촉감, 외관의 소재, 스웨이드와 얇은 기모, 피부에 달라붙은 스트레치 오간디, 인공레더와 러버등, 세컨드 스킨타입의 소재보다 수분 보유율이 높으므로, 더욱 피부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소재들도 여기 속한다.
PV서 돋보인 투명한 관능미
그런의미에서 전체적인 2002년 프리미에르 비죵의 트랜드 동향은 화려한 장식성보다는, 소재의 고급화에 더욱 충실하면서도, 전혀 색다른 감촉과 다소 유아스러운 모티브등이 시도되는등, 미묘한 시각효과를 자극하는 소재가 대거 늘어나고 있다.
실크 100%의 튜르에 기하학적인 꽃무늬를 프린트하거나, 진주처럼 빛나는 원사를 폴리에스터에 섞거나 하는 믹싱기법은 물론, 빛의 광택효과에 버금가는 원단의 효과로 신축성과 바디의 율동감을 강조할 수 있는 모티브들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다소 의외성과 아름다움을 양립시킨 효과는 시각적이고 기교적인 진동의 효과로 다이나믹함과 관능미를 느끼게 하는 하나의 흐름이지만, 재미있는 것은 어딘가 어린애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