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廣義)의 패션시대를 실감한다…조능식

2000-02-06     한국섬유신문
▼국악의 명창들이 무대에 섰을때 으례히 손에 들고 있 는 것에 합죽선(合竹扇)의 멋을 엿볼 수 있다. 합죽선─하면 전주지방이 본고장으로 합죽선 제작의 인 간문화재들이 아직도 남아있음을 안다. 그 멋진 합죽선을 노래장단에 맞추어 이따금 폈다 접었 다하는 몸짓도 멋지지만 폈을때 부채에 그려진 그림이 나 글씨가 살짝 비쳐질 때는 <금상첨화=錦上添花>격 으로 더욱 예술의 향기가 풍긴다. 그래서 명창(名唱) 명인(名人)들은 자신이 들고 있는 부채에다 명필(名筆)이나 명화(名畵)의 작품을 자랑(?) 하기도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가부기(歌舞伎=일본의 전통 舊劇)」등에서 볼수 있는 부채들은 우리의 그것과 는 전연 다르다. 금박에다 은박(金·銀箔)등을 입히고 색색의 다양한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무대등에서 쓰이는 중요(?)한 소도구의 하나인 부채의 역할이 스스로 다르듯 시각적인 면에서나 분위 기와 감흥 또한 다를게 당연하다. 무대에서 쓰이는 합죽선말고도 일반이 한여름철에 쓰이 는 부채에는 태극선등 형형각색의 것들이 많다. ▼근착한 일본의 「센켄(纖硏)신문」에 재미있는 기사 가 실려 참고로 할까한다. 그 내용인즉─ 「독자 서비스로 마련한 <응답실>에 어느날 여성독자 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부채의 디자인을 하고 있는 독자인데 <부채패션>을 취급하고 있는 곳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기자의 과문한 탓이지만 부채의 새로운 디자인 이나 패션에 대해 아는바 없어 즉답에 궁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세한 것은 만나서 상의하고 뉴스가치가 있으 면 기사로 다루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튿날 그 전화의 여성이 찾아왔다.그리하여 부채의 새 로운 디자인 문제등이 지난1월 18일자(4면)로 기사화돼 나갔다. ▼부채디자인(다채로운)에까지 취재의 폭을 넓히지 못 했던 본지를 통해 패션으로서의 부채에 관한 관심이 쏠 리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원(造園=정원만들기)에 종사하는 여 성으로부터 팩스가 날아 왔다. ─이렇듯 생활속에다 <패션>이라는 세계를 만들어나가 는 분들의 풍요롭고 폭넓은 모습을 보는 것같아 참으로 유쾌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채>역사는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용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고 형형각색이지만 선풍기와 에어콘에 밀려 요즘은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할 뿐이 다. 그러나 몇몇 「선자장(扇子匠=부채만드는 장인)」 이 전북 전주지방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자위해야 할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