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문화페스티벌과 溫故知新

2002-05-09     유수연
이례적인 복식문화의 조명 5월초. 경복궁에서는 전통과 근대, 현대로 이어지는 전반적 의상문화를 조명하는 패션계의 빅 이벤트가 열렸다. 권력이 서슬 퍼랬던 시절이라면, 상상만으로도 ‘경을 쳤을’ 대궐의 한가운데에서 천덕꾸러기의 상징인 패션쇼가 열렸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팍팍하기 짝이 없던 官이‘옷’을 테마로 문화적 행사를 주최했다는 사실등은 그 역사적 의미와 패션의 위상승격이 돋보였던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기록해 둘만하다. 전통과 현대의 이론과 현실… 전시회와 패션쇼등이 한꺼번에 클로즈업되면서 우리 패션도 혈통과 뿌리를 확고히 갖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성장했음을 실감한 이번 행사는 관련 업계의 관심을 모두 한곳으로 집결해 낸 파워도 파워지만, 아마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의상 관련 기록모음을 통해 패션도 엄연히 혈통있는 문화임을 증명하는데 더 큰 의미를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궂이 복식사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역사와 전설속에 묻혀버린 사람들의 미의식을 통해 국내패션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대해 색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느끼기도 했다. 모처럼 나들이 온 사람들은 구경나온 사람들은 행거나 유리안에 걸려 있는 전시장 속의 옷들을 마치 오래된 옷장속을 들여다 보듯 신기한 표정으로 기웃거리고, 우연히 마주친 패션 쇼장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모처럼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재미에 탐닉했던 한국 복식 문화 2000. 그러나 연 6일간의 행사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다른 행사와는 다른 뭔가 아주 특별한 느낌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처음 기획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간에 SFAA 정기컬렉션과 KFDA의 패션 페스티벌이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자칫 평면적이고 밋밋하게 끝날 뻔한 부대행사들도 덕분에 입체감을 이루며 성료되었지만, 아직까지 전통이란 ‘마르고 닳도록 바라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패션’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문화’로서 얼마나 제대로 이해시켰을까 하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호기심, 바로 그것이다. 비즈니스로 발달하는 문화 패션이 과연 ‘문화인가 산업인가’에 대해 공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어떤 분야든 ‘돈이 되지 않으면 가치없는 문화’로 취급하는 사회적 시각과 ‘고급문화에 돈이 몰리는’경제적 논리를 거부하지 못한다면, 산업론과 문화론은 영원한 공생관계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를들어 패션이 사람들의 새로운 마인드를 창출해 가는 무형의 자산으로, 파리와 밀라노에서 쏟아지는 첨단 정보와 수퍼 모델들이 평상시에 즐겨입는 프라이베이트 웨어, 스트리트 패션, 클럽웨어등 다양화되고 세분화되어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등을 공유시키는 매개체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패션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너무나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패션문화도 마찬가지이다. 대형 행사를 구성할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언제나 국민적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한복예찬론이고, 부대 장식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언제나 ‘패션’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이상, 산업론이고 문화론이고 다 의미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음을 위한 준비 그러므로, 이처럼 크고 작은 일련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를 보고 느낀 보다 솔직한 감정은 어느 순간부터 시대가 급작스럽게 진지해지고 있는 듯한 현실자각이다. 이것은 그동안‘패션’이라는 외래어를 미처 소화시키지도 못한채 ‘감성’이나 ‘파격’이라는 단어로 비지니스를 자부해 왔음이 한꺼번에 들통이 나버리면서, 갑자기 우리가 갖고 있던 기본틀이 무엇이였는지를 서로에게 묻고 있는 듯한 당황스러움과도 같은 것이다. ‘산업’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얼핏 신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그누구도 실속을 주지 않는 행사라면 다음을 보장할 수 없다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우리의 가장 시급한 이슈는 어떤 의미에서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 찾기’인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의 전통은 감성산업으로서 생활문화산업으로서 꿈많은 미래형산업으로서 수없이 개발해 갈 수 있는 무궁무진함을 안고 있으므로 우리의 모든 전통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테마가 설득력 있는 만큼, 더욱 중요한 것은 이처럼 확실하게‘Fashio Korea’를 외친 다음이며, 그후에 책임져야 할 ‘So, What?’에 대한 준비가 과연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객관적 혈통 만들기의 의무 아무튼 100년전.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개화의 회오리와 함께 밀려온 패션은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그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100년을 준비하는 이시점에서 역사를 이어간다는 의식의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