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dvice]컬렉션이 재미없는 이유
2002-06-05 유수연
트렌드 부재시대의 배경
최근 디자이너 쇼가 재미없어졌다.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는 있지만, 뭔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 있는 충격적이라든가, 감동적인 쇼가 없다는 이런 주장은 전 세계적인 흐름인듯, 많은 패션 저널리스트들을 비롯한 패션 리더들은 뭔가 새로운 ‘Something New’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밀리터리와 데님, 빅토리언, 80년대, 꼴라쥬 혹은 블랙의 부활, 페미닌 & 머스큐린등은 최근 수년간 몇 번이나 트렌드의 키워드로서 반복 사용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단골 메뉴이지만, 이들 대개는 이미 스트리트에서 전혀 생소한 이슈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 컬렉션에서 확인된 트렌드가 일반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크리스티앙 디올의 군복 무늬나, 샤넬의 데님 수트는 컬렉션 정보, 브랜드 정보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확실히 그것들은 누구라도 입어보고 싶은 옷들이긴 하다.
단지 분명한 것은 지금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30년전 입생로랑을 입었던 것처럼, 화려한 트렌드 리더로서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상·시대 변화요소 없다
사실 최근의 컬렉션을 보면서 트렌드가 ‘이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자신감이 없어졌다.
예를들어, 올 시즌에는 섹시하고 강한 이미지의 주장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지만, 과연 그것이 지금 설득력 있는 새로운 키워드인지조차 알 수 없다.
사실 80년대 후반. 알마니가 히트한 이유는 여성이 남성처럼 강하게 되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하는 시대를 지나, 강하면서도 부드러워 지고 싶은 여성들의 정신적 변화를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후 로메오 질리와 프라다가 나왔을 때에는 자연스러움 그자체에 조명이 비쳐졌다.
강하고 섹시한 여성이라고 하는 테마는 90년대 초 마돈나가 장폴 골티에의 의상을 입었을 때, 그리고 티에르 뮤글레와 베르사체, 돌체 & 가바나가 수퍼 모델들을 이용해서 아주 섹시한 모드를 발표했을 때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키워드였다.
그후 90년대를 통해 여성이 충분히 강하고 자유로워졌음을 전제로 꼼므데 갸르송의 쉬크 펑크와, 존갈리아노의 꾸뛰르 모드, 혹은 슬립 드레스의 붐, 평범한 버나르 모드등 여성 스스로가 변신 가능하고 다면적인 인생을 구가하려는 느낌이 나왔으며, 이를 중심으로 갖가지 붐과 트렌드가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너무나 자유로워진 결과, 여성들의 이상적인 삶의 방법과 방향성은 어떤 큰 키워드로도 종합할 수 없게 되었고, 패션 트렌드를 단정지어서 주장할 수 없어져 버린 것이다.
디자인 돌파구는‘복고’
엄밀히 말해 하이패션은 귀족, 봉건사회에서, 제국주의를 거쳐 대중 민주 사회에의 과정, 혹은 여성해방의 과정에서 그 시대의 신여성에 어울리는 패션을 배출해 온 모더니즘의 상징이다.
폴 포와리 시대에서 샤넬, 디올, 이브생 로랑과 삐에르 가르뎅 등은 그들이 리드해온 프레타 포르테에 의해 패션의 민주화를 거듭했으며, 갖가지 포스트 모던이 거론되던 70년대~80년대는 꼼므 데 갸르송등 일본과 이태리, 몬타나에서 죤 갈리아노까지 패션 디자이너의 스타로서 등장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사회 통념과 생활 스타일, 남녀 관계등이 다이나믹하게 변화되지 않는 한, 뭔가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한계에 달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더 크고 새로운 여성상 혹은 남성상이 보이지 않는 지금, 한동안 20세기 유산을 되풀이 하는 레트로 스펙티브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의미에서 90년대는 음악을 비롯해 패션도 샘플링 & 리믹스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갖가지 시대의 스타일을 인용하고, 새로운 요소를 계속 섞어가며 창작하는 이 방법의 유행으로 인해, 90년대말에는 낡은 옷, 빈테이지, 리메이크 붐이 정착되어갔다.
이것을 과거의 재가공이라며, 빈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모더니즘의 환상에 지금까지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감성에 불과하다.
빈테이지 웨어를 선택하는 것도 크리에이티브한 행위의 하나이고, 각종 샘플링 & 리믹스도 포스트 모던적인 시대가 갖을 수 있는 새로운 창조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소재와 상품 제조의 현장에서 거기에서 날마다 자극을 받아 탄생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형태로 만드는 작업.
소재와 패턴의 구성, 수작업의 창조등, 상품 그자체에 정렬을 쏟고 오리지널리티로 개인적 감성을 연상케하는 디자인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컬렉션보다 주목받는 전시회
밀라노에서는 최근 쇼에 준하는 전시회를 발표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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