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dvice]밀라노 프로젝트가 봉인가

2002-06-23     유수연
이전에 한·일 어업 협상이 추가 재협상까지 하고서도 결국 상처투성이로 끝난적이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일본측이 어민들과 합숙을 해가며 그들의 속사정을 헤아린 데 비해 기본적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대처하던 우리의 고질적인 전략부족이 보기좋게 완패했다며 거침없는 비난을 퍼부어 댔다. 마치 대학생과 유치원생의 밥그릇 싸움을 연상케 한 협상의 결과는 잔인했다. 많은 어민들이 일터를 잃었으며, 생선값은 생선값대로 치솟았으며, 그래도 궂이 먹어야 한다면, 수입품이라도 사들여 와야 하는 현실적인 피해를 감당. 실무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는데도 협정상태를 우려해 일본측과 비준서를 교환, 서둘러 협정을 발효시킨 외교부의 주먹구구로 인해, 아무 생각없이 일본수역에서 조업하던 한국어선들이 졸지에 불법어로로 몰렸고, 일부는 나포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혼선과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는지를 시사하는 내용이며,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였으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실패로 배우는 국제질서 과거에 실수라는 것은 다분히 인간적인 것이였으며, 애교였다. ‘주어진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했노라’고 눈물 한번 보이면, 죽일듯 열을 냈다가도 스르르 모든 것을 용서해 버리고 말았던 못말릴 국민적 정서도 있었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실지로 모든 과정을 다 생략하고 결과에 모든 것을 꿰어 맞추어 버리는 군사 경제정책이 강력한 군주의 표상처럼 통하던 시대도 지나왔다. 그리고 요즘은 우리끼리 밥끓여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라 말그대로 모든 장벽이 무너진 국제사회에 부대끼며 사는 시대. 전문가도 아니면서 아무것도 준비한 것 없이 주고받은 몇가지의 서류가 실지로 얼마나 엄청난 상처와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아직도 온몸이 깨지고 터져 가면서도 믿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대 자금과 눈먼 돈 주지하다시피 지금 우리 업계에는 섬유 패션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 올리겠다는 대규모적인 프로젝트가 대구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어쩌다가 밀라노가 그 엄청난 국가사업의 목표로 부각됐는지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거기에 투여되는 막중한 돈을‘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온통 그곳에 쏠려있다는 추측은 이제 거의 상식이다. 하나의 섬유산지를 육성하겠다는 기획이 중간에 뻥튀기가 된 것인지 원래부터 대대적인 규모였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새 한국을 세계적인 섬유패션의 중심도시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며, 그 실행 과정을 둘러싼 사람들의 의혹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부풀어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수치와 서류만을 들여다 보고 있던 관계자는‘희박하지만, 가능하다’라는 애매모호한 말을 흘렸다고 한다. 비식비식 웃으면서 말들은 했지만, 전율이 흐를만큼 무책임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프로젝트의 성공의 조건 ‘세계적’이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다. 어디에 내놓아도 번쩍번쩍 빛나는 이름과 단어를 붙이고 싶은 것이 우리네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를 실현을 위해서 기초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종종 무관심할때가 있다. 이말은 세계의 중심도시가 되고 싶다면, 그를 위한 갖가지 여건에 대해 얼마나 조사를 했으며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기준검토는 또 얼마나 실행됐는지, 심지어는 결과에 대한 책임에 이르기까지의 기본적인 의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적 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 즉, 문화수준이 높아야 하며, 산업의 구도가 완비되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충족요건이외에, 일본과 해외 선진국들의 산지가 공동화되어가고 있는 현상에서, 목표가 불명확한 산지 활성화 전략이나 모든 지역적 특성을 다 흡수하고 독주해 버리겠다는 독점적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에 이 프로젝트의 설득력과 성공의 조건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소영웅주의자의 눈속임 그옛날 나폴레옹은 ‘내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남겨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물론, 누가 봐도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그만한 파워와 천부적인 기획력를 갖고 있다는 것이며, 그방면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호언장담은 욕심이며 눈속임이며, 심지어는 전체적인 단결을 분산시켜 버리는 내실없는 비난의 원천이 되기 쉽다. 또한 여기에는 메달에는 욕심을 내면서, 결과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