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祝畵]올올 새새 바람들어 눈빛 시린 세모시 …

모시옷 한 벌 차려 입고 대청마루에......

2002-07-22     배범철
해마다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이면 여염집 아낙의 부지런한 다듬이 소리가 담장을 넘어 온 동리를 깨운다. 지게 가득 모시짐을 진 보부상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설레 설레 모여든 동리 여편네들은 한 필식 두 필씩 모시를 사 두었다가 계절이 문턱을 넘어서면 그 맞이하는 설레임으로 내쳐 옷다림을 서두른다. 아이들 콧잔등에 땀방울이 맺히고 홑잠방이 바람으로 물가를 좇는다. 이즈음 꼭 입어 좋은 옷으로는 단연 모시옷이 으뜸. 한 벌 떡하니 차려 입고 대청마루에 앉아 점잖은 기침 한 번으로 더위를 내치곤 했으니 그 풍치가 그만이었다. 섬세할 뿐 아니라 단아하고 청아한 멋이 있어 모시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한산세모시는 백제시대부터 서천군 한산면 건지산 기슭에서 야생 저마가 재배되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명나라의 공물로 유명했고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다는 기록이 있다. 한산세모시는 충남의 대표적인 특산품으로 인체에 해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천연섬유로 백옥같이 희고 우아하며,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하고 가벼워 여름철 옷감으로 으뜸으로 친다. (사진은 모시날기가 끝나고 왕겨불을 피워 놓고 콩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날실에 풀을 먹이면서 말린 뒤 도투마리에 감는 모시매기 작업광경) /배범철 기자 bcba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