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공무원의 자세…정기창기자

2000-01-30     한국섬유신문
지난달 23일 늦은 토요일 오후 기자는 산업자원부 관계 자 및 동대문 시장 업체 대표자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 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비록 이 자리는 미리 정해진 공식적인 토론의 장도 아 니었고 그렇다고 산적한 국내 섬유 산업의 미래를 조망 하고자 하는 거창한 뜻이 담긴 자리는 더더구나 아니었 지만 이들간에는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현실적이고 내 실있는 얘기들이 오가 기자는 귀를 쫑긋하고 경청했다. 국내 섬유 산업의 신메카로 떠오르는 동대문 시장과 이 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자하는 양측간 대화가 진지하 게 오갔다. 물밑에서만 오가던 각종 구수 통계들이 거 론되고 동대문 시장의 제대로된 실체를 파악하고자하는 양측의 노력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달구었다. 더 높여 잡는 관계자도 있지만 동대문 시장 상가들의 섬유류 수출액은 연 10억 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내수 시장 규모는 이의 몇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 다. 따라서 이들의 수출을 좀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 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두된 사항이 시장 상인들의 국내 및 해외 전시회 참가 장려였다. 동대문 시장을 거 대한 패션전시장화하자는 업체 관계자의 말도 일리는 있었으나 그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활용, 가능성을 타 진해보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산자부 관계자의 말은 더 욱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몇번의 의견 교환이 이루어 지고 이들은 몇가지 사항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먼저 오는 5월 학여울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SIFF로 시 장 상인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실제 구매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행사기간중 바이어들의 동대문 유입을 꾀하 자는 방안이 대두됐다. 더 발전적인 안들도 제시됐으나 일단 이 자리에서 논의될 수 있는 토론의 한계에서 이 들은 자리를 파했다. 한편 업체 관계자는 이를 즉시 실행에 옮겨 지난주 2개 상가의 SIFF 참가 의향을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20개 부스를 패션협회에 요청, 승낙을 받아냈다. 참가를 검토하는 몇몇 상가 이름도 파악됐다. 직업상 기자는 매년 수십여건의 정부 및 관련 단체 간담회에 참가해 왔다. 그러나 늘 그얘기가 그얘기, 새로울 것도 없는 사항들 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토론에 식상해 왔기에 신속하 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업체 관계자도 놀랍지만 적극적 으로 문제를 제기 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까지 제시 하는 중앙 정부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 었다. 높은 자리에 앉아서 두루뭉실한 정책들만 가지고 탁상 공론하는 관변 단체 및 고위 정부 관계자들이 단 한 번 이라도 이런 실속있는 토론을 했던들하는 아쉬움이 남 는 자리였다. <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