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窓]희비가 엇갈린 향연-한선희 기자

2002-08-11     한선희
입추가 지나니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가을 장사를 재촉하고 있다. 매 시즌 새로운 브랜드들이 알게 모르게 탄생하고 사라지는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브랜드의 경쟁력을 끌고 간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불경기 위축된 마인드로 올하반기는 어느때보다도 신규런칭이 부진하다. 반면 전체적으로 침체된 시장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 차별화된 컨셉으로 우뚝 서보려는 전략이 확산됐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매장을 오픈한 신규 및 리런칭 브랜드들의 판촉전도 치열하다. 강남의 모백화점의 영캐주얼층의 경우 ‘바닐라비’, ‘미스식스티’, ‘올리브데올리브’, ‘그웬아마크’ 등이 신규 오픈하던 날 교통정체가 대단했다. 스타들이 떴다. 안 하면 웬지 섭섭한 스타동원이 연출됐다. 누구나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동원매출이 여기저기서 운운되는가 하면 작은 평수매장에 디자인실, 영업부 등 조직력이 총동원돼 입점 고객보다 직원수가 더 많은 매장 모습도 눈에 띠었다. 이제 스타들의 한탕 뛰기도 새로운 풍경은 아니다. 톱스타 K양은 그날 3개 매장을 뛰었다. 한 매장당 백만원어치 정도는 기본으로 제공된다고들 한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H양(?)은 제공하는 옷의 액수가 적다고 투정부리기까지 했단다. 협력사들의 의례적인 축하 행렬도 있고 하니 첫날 ‘일매출 얼마’는 큰 이슈가 되지 못한다. 어쨌거나 신규오픈은 활력소 같은 무엇이 있다. 당사자에게는 속 빈 강정일 지라도 즐거운 볼거리도 있고 서로간의 견제나 기싸움도 볼 수 있다. 신규입점을 어디어디 했는가, 매출은 어떤가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아직까지는 평가할 수 없다는데 입을 모은다. 세계물산이 하반기 ‘앤클라인Ⅱ’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 ‘ak2’로 새롭게 변신하면서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리뉴얼 패션쇼 를 몇일 앞두고 돌연 진취적이던 행보가 멈춰졌다. 연말까지 계약돼 있는 라이센스였는데 내년 1월부로 영창실업의 자회사가 미국 본사 캐스퍼사와 직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세계물산 측은 리뉴얼로 재도약을 도모하며 광고 홍보까지 진행중이었는데 이제는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라도 갖기위해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벌써 디자인실장도 영창실업의 자회사 쪽으로 이동했다한다. 해외브랜드를 앞다퉈 도입하고 유명브랜드를 서로 수입하려는 경쟁이 서로에게 상처입히는 일은 선진패션으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든다. 매출이 저조하다고 기죽어 있어도 새로운 출발로 상기된 모습을 보며 해본다는 자체를 얼마나 부러워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sunnyh@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