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dvice]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유수연기자
2002-08-18 유수연
가는귀 먹은 사람들
가는귀 먹은 사람들이 모였다.
찻집에서 차를 주문하면서, 한사람이 “나, 콜라” 했더니 다른 한사람이 “나도 쥬스” 이런다.
다른 사람이 “그럼, 여기 커피 셋이요”하니까, 주문받는 사람은 한술 더 떠 이렇게 대답을 한다.
“미안하지만, 홍차는 안파는데요??”
느닷없는 말이지만, 이것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갖고 앉아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통하는 것이 없는 사람들간의 답답함을 풍자하는 사오정 시리즈의 하나이다.
가는귀가 먹었는지, 남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생각만을 끝까지 관철하려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그러나 모두가 한쪽 귀를 막고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하면서, 급기야는 엉뚱한 해프닝이 벌어지고 만다는 이 우스개 이야기는 어쩌면 요즘 우리네 일상의 다반사를 시사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은 지금 왜 세상이 왜 혼란한지,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 가고 있는 것이다.
평론가적 회의의 모순
요즘은 이상하게 현재의 경제상황하에서 봉착되어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해 너무나 상세하고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러나 실제로 그에 대한 해결책 혹은 그를 성공시키는 방법, 그리고 심지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자신만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가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채 결국에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며 흐지부지 넘어가 버리곤 하는 것이다.
이런 무책임하고 우물안 개구리 같은 발상이 얼마나 가공할만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한·미간의 국제회의에 비유해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예를들어 미국의 한기업과 ‘달’을 테마로 이야기 할 경우 만약 미국이라면, ‘달에 착륙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달에 과연 사람이 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극히 상식적인 벽에 부딪쳐 평론가적 회의만 거듭하다가 무산시켜 버리곤 하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유로 이런 플랜이 나왔는가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우리의 엘리트들은 산더미같은 서류를 들춰가며 용의주도한 이론무장을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엘리트라면, ‘그런 것은 관계없다. 향후에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때,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예에 기초해 정보를 모으는 일은 가능해도, 실적이 없는 새로운 비지니스의 장래를 전망하는 발상력 내지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허둥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당신들에게 그런 아이디어가 없으면 우리가 내겠다’는 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나가는 것이다.
아이디어 고갈의 원흉
이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들어 하나의 아이디어가 일반사원의 기획으로 올라왔다고 하자.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최고 결정권자에까지 올라갈 때에는 과장, 부장, 임원들에 이르기까지 각종 회의와 합의가 필요해지면서 애초의 의도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즉, 모두의 합의를 위한 회의라는 것이 그 아이디어를 없애기 위한 의견이 나오기 십상이여서 결과가 도출되었을때는 그 아이디어는 조건이 붙거나 수정이 첨가되거나하여 전혀 엉뚱한 모습으로 변해있곤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미국의 경우는 철저한 톱다운시스템이다.
즉, 모든 결정권자의 판단과 결단에 부하들은 오로지 그 실행을 위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일반사원들의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게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그 반대의 케이스가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사원으로부터 나왔을때 그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결정권자의 반응이 빠르기 때문이다.
모든 결정을 앞두고는 어떤 임원이라도 사원과 같은 입장이 되어 일사천리로 움직인다는 것. 쉽게 말해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말만 난무하는 구조조정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경영효율화를 도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 정책의 기본은 언제나 사람을 줄이고, 돈을 줄이고, 재고를 줄인다는 것에 있다.
이것은, 사내의 위기감,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추진되고 있으며, 실지로 얼마큼 낭비요소를 배제해 갈것인가 하는 省略의 논리는 확실히 유효하지만, 그만큼 노하우의 유출을 불러 일으키고, 또 새로운 제안에 대해 소극적이 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 자신의 프라이드와 체면에 연연해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자신의 우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는 관심없고, 자신의 존재성의 어필을 위해 수많은 경력과 이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