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맞은 디자이너 이철우氏
국내최초 ‘빅사이즈’ 부인복 시장 열어자서전적 에세이 비단이 보이는 포구 서 패션史 회고
2002-09-25 유수연
1978년.
조선호텔에서는 이색적인 쇼가 열렸다. 늘씬한 몸매에 쭉 뻗은 다리의 패션모델들이 아닌,‘뚱뚱한’여성들을 위한 고급 패션쇼에 관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빅사이즈 패션과 고급 부인복탄생에 대한 사람들의 갈채이자 “이.철.우.가 누구야?” 로 시작된‘마담 포라’에 대한 호기심 그자체였다.
광주 금동 큰길가에서 재봉틀과 재단대가 있던 5평짜리 가게에서 연간 국내 최대의 부인복 메이커의 회장에 이르기까지 …값싼 일본잡지를 디자인 개인선생으로 모시던 동네 양장점주인에서 大디자이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이철우씨는 그의 인생 70년을 마치 그림처럼 회고한다.
특히 광주 충장로에서 잘나가던 ‘남성 양복점’을 화재로 잃은 당시에 대해 그는 삶에 대한 막막함 그자체로 표현한다.
그후, 서울로 올라와서 보란 듯이 재기했다. 아니, 재기한 정도가 아니라 성공의 신화를 이룩했다.
그 말못할 사업적 인연에 대해 그는 ‘롯데는 나의 연인’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79년 국내 최대의 백화점 롯데의 오픈과 함께, 그는 부인복 시장에 ‘패션’이라는 새로운 감성을 접목시켰다.
마땅한 양장이 없어 한복으로 두루뭉실하게 지내야했던 뚱뚱한 몸매의 부인들을 투박하거나 밉지 않은 옷을 입을 수 있는 ‘마담포라’의 왕국으로 이끌어 간 것이였다.
새로운 브랜드의 런칭과 백화점의 첫데뷰. 그로부터 그의 성공은 한국 패션비즈니스의 산역사로서 기록되고 있다.
그런 마담포라 이철우씨가 70년 고희 기념으로 자서전적 에세이‘비단이 보이는 포구’를 출판했다.
이책을 통해 그는 후진들에게 이렇게 驚句한다.
“사람에겐 누구나 놓쳐서는 안되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 그 기회를 어떻게 잘활용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그는 우리에게 기회는 이룰 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이루리란 기대를 갖고 있을 때 찾아온다는 그의 철학의 시작이자 마지막을 인생의 지침서처럼 말해주고 있다.
/유수연 기자 yuka316@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