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dvice]패션인으로 사는 자긍심
2001-10-27 유수연
◎ 불완전함에 대한 열정
어느날 아리스토 파네스와 소크라테스가 술자리에서 ‘사랑’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리스토 파네스는 사랑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이라고 말하자,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이라면, 사랑의 실체는 결과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것이다.”
좌중을 일순간에 조용하게 만든 이말은, 그렇다고 사랑이 추하다는 것이 아니라, 완벽함에 도달하고 나면, 사람들의 열정은 식게 마련이므로, 완전한 사랑이라는 것은 없다는 말로 유추할 수 있다.
다소 철학적인 서두가 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완성과 불완전함에 대해 애정을 느낀다.
이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완전한 것은 없지만, 그를 향해서 매진하는 것이 인생이고, 결과적으로 그조차 아무것도 아니였음을 깨닫는 순간, 죽어야 하는 인간의 ‘허무함’과도 상통하는 말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어떤 실체에 대해 無知의 상태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사랑이란, 어슴프레나마 상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열정은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그러려니 한다는 것
몇일전 우연히 오랜만에 패션쇼를 다룬 TV뉴스를 보게 됐다.
‘집안잔치 여전’이라는 타이틀을 보면서, 순간“이 어려운 판국에 하는 꼴들이라니…”하며 혀를 끌끌 차고 돌아설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늘 그렇듯이 패션에 대해 한번도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으므로 그런 비난뉴스에 대해 ‘그저 그러려니…’하고 돌아서면 그만이였지만, 얼마전 패션인들을 자랑스러운 문화인으로 기록하며 자긍심을 키워주던 중국에서의 일이 생각나 새삼 서운해 졌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럴 때 “무지하면 아무런 열정도 사랑도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너무도 명언이다.
그후, 쇼를 막 끝내고 나온 한 디자이너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늘 하는거니까 그러려니 해요…”라며 시쿤둥하게 대답한다.
쇼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을 붙들고 물어보아도 대답은 마찬가지다.
영문도 이해도 못한 작품들에 대해서 후하다면, ‘재미있었다’는 표현을 하거나, 기껏해야 ‘쇼적인 맛이 없다’는 평을 한다.
그리고, 좀더 적극적이라면 이름있는 디자이너에게 몰려가 사인정도를 받아내어 하나의 개인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그만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다음 날자의 리포트지에서는 컬러플한 장식용으로 패션쇼를 풀활용한다.
가장 위대한 컬렉션이였다고...
◎ 의미없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그저 그러려니 한다’는 것…
이것은 지금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정말 솔직한 자기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있는 디자이너로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열정도 흥분도 식어버린채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이말은 여러 가지면에서 기운이 빠진다.
그런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션인으로 사는 자긍심이다.
패션이라는 고부가가치적 뉘앙스의 외래어가 만들어 준 만들어진 의미없는 네임밸류의 환상으로 더이상 스스로의 눈을 가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애정없는 비평 ‘사절’
주지하다시피, 컬렉션이란 무대위의 모델들이 디자이너의 작품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표현해 내고, 관객들도 전체적인 패션의 흐름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세계를 어필함과 동시에 비지니스적인 연계가 목적이다.
이것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실지로 주위를 살펴보면, 똑뿌러지게 비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 엄청난 세계시장을 향한 비지니스적 전략과 전술에 대해서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따뜻한 눈은 어디에고 없다.
정치와 경제를 이야기하는 논리로 패션을 비평하고 지적한다.
그런의미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무런 방향도 모르는채 그저 모든것을 좌지우지 하고 싶어하는 비전문가들의 애정없는 비평은 관심없는 찬사만큼 공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금은 마일드한 컬러가 유행이면, 밝은 계열을 내놓으면 그만이고 에스닉이 유행이라고 하면, 에스닉을 강조하면 되며 복고면, 복고풍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내면 된다는 식으로 공식에 맞추어서 이럭저럭 만들어 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시대이다.
어설픈 눈으로 보아도 지금 패션계에는 ‘패션인으로 사는 자긍심’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으며, 어디쯤에 와있으며,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그에 대해서 정확한 평가는 물론, 눈에 보이는 결과도 찾을 수 없는 무의미한 컬렉션을 되풀이 하는 것에 지쳐있는지도 모른다.
◎ 침참의 이유가 있다면
그러므로 ‘그저 그러려니 한다’는 말은 지금 우리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