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신문 아젠다].....화섬
2000-01-16 한국섬유신문
국내 섬유산업의 원료 보급창 화섬업계가 만신창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70∼80년대를 풍미했던 화섬산업
은 이젠 더 이상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다. 60년대 섬유
원료의 자급화 기치를 앞세우고 무한성장을 질주해온
한국화섬산업. 이젠 과잉생산의 부하를 이기지 못해 화
섬사마다 급증하는 채산성 악화로 죽을 맛이다.
화섬산업은 재벌그룹 진입 당연 코스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굴지의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화섬업
체들. 이젠 그 대열이탈 현상은 한층 가속화하는 양상
이다.
한마디로 IMF 경제난 1년은 화려했던 화섬산업을 신기
루로 돌변시키고 있다. 고합·한일합섬·동국합섬의 워
크아웃과 주력기업의 부도처리 그리고 효성의 주력 4사
통합은 서곡에 불과하다. 화섬업체들의 비운은 21C 관
문 올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는 화섬
업체 관계자들 모두 부인않는다.
오히려 한목소리로 정리될 기업은 한시라도 빨리 정리
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자기가
속한 기업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하면서.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냉정하다. 또 승자가 되기위해서
는 경쟁자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그동안 화섬산업의
승자논리는 생산캐퍼였다. 신기술·신제품 개발보다 생
산경쟁을 통한 가격후리치기를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왔
다.
지금 화섬산업은 신방과 구방으로 엄연히 구분된다. 그
러나 신방은 신방대로 구방은 구방대로 서로간 헐뜯고
발목잡기에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 현재 화섬산업의 현
주소다. 원인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마냥 사후약방문
식의 한계상황만 연출시키고 있다. 무한경쟁의 결과는
이처럼 참담한 자화상으로 화섬사의 전면에서 춤추고
있다.
99년 현재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화섬산업의 경쟁력은
과잉생산→출혈경쟁→세계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복합불
황 앞에서 속수무책 상황이다. 이는 지금껏 되풀이해
온 시장진입에 대한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
다. 화섬업계 스스로 해결해야 할 근본과제인 동시에
대승적인 차원에서 검토되고 개선·보완해야할 당면문
제다.
연산 280만톤을 웃도는 세계 4위의 화섬생산시설. 국내
섬유·패션업종 가운데 화섬산업만큼 세계적인 위상을
갖춘 산업도 없다. 면방은 15위권이고 제직시설은 7위
권이다. 그러나 한국섬유산업의 자존심 화섬산업의 전
도는 바람앞의 등불처럼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다.
복합불황에 처할 것이라는 예견도 못했고 지금의 위기
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기
껏해야 빗장을 건 중국시장만 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
뿐이다. 이래서는 결코 복합불황을 타개못한다. 그리고
21C를 기대한다는 것은 더더욱 焉敢生心이다.
문제는 왜곡된 자율경쟁이다. 왜곡된 자율경쟁은 東西
古今을 막론해 禍를 불렀다. 지금 한국화섬업계가 처한
상황은 이를 증명해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화섬산업은
進退兩難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워크아웃 승인은 불난집에 기름을 들이붓듯 공멸의 불
씨로 작용하고 있다.
경영부실로 부도를 낸 기업은 당연히 도태되어야 한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이는 어떠한 미화적인 명
분으로도 설명할 성질이 아니다. 그래야만 동종기업체
들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풍
토는 이를 거스르고 있다.
부실기업의 워크아웃 승인은 현재 직면한 화섬산업의
아킬레스건이다. 멀쩡한 기업도 부실기업으로 인해 동
반 공멸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선 과잉경쟁의
원인인 생산경쟁을 종식하고 플렉시블 생산체제를 확립
해야 한다. 그리고 각 화섬사의 특화생산체제 구축은
무었보다 시급하다. 특히 구방들은 다양한 신소재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살려나가는 전
략을 펼쳐야 한다.
또 신방·구방과의 전략적인 제휴도 본격 요구받고 있
다. 한마디로 생산·판매의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갖춰
야 한다는 뜻이다. 신방·구방간의 차별화된 원사생산
프로세스를 우리의 무기로 삼아야 하는 대승적인 의미
도 담고 있다. 이의 요체는 화섬업체들이 머리를 맞대
는 길밖에 없다.
신방·구방의 끝없는 생산경쟁 평행선은 화섬산업의 판
을 깨자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상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