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무엇을 위한 단체인가......유수연

2000-01-16     한국섬유신문
도쿄 CFD의 반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디자이너들은 이미 도쿄컬렉션 에 참가하지 않는다. 물론 초창기에는 열심이였지만, 파리의 맛을 알고 나서 는 국내 컬렉션에 의문을 갖고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다. 「쇼 자체는 비디오로 찍어 국내손님들에게 보여주면 그만이다. 같은 것을 파리와 도쿄에서 두 번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가 전부이지만, 전세계의 저널리스트와 바이어가 모여 패션 정보를 발신할 수 있는 곳은 파리 뿐임을 인정해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영상·통신이 발달과 함께, 정보화가 진행 되면 진행될수록 패션은 파리로 집중한다는 이상한 논 리마저 형성하면서, 누가 뭐래도 패션의 도시는 파리임 을 과시해주는 명백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에 도쿄컬렉션의 관계자 사이에서는 지금 기업의 지 원체제를 재구축하거나, 컬렉션공개의 기회를 매스컴과 바이어들에게 한정짓는 현재의 컬렉션의 성격을 소비자 들에게 직접 확대하는 컬렉션 자체의 향방을 근본적으 로 재고해야 할것이라는 심각한 반성의 무드에 빠져 있 다고 한다. 냉소적으로 바뀌는 환경 물론 지금 이런 현상을 「디자이너들의 콧대」라고 빈 정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이런 불경기에 바이어들과 저널리스트들이 빡 빡한 예산을 쪼개서 일부러 도쿄까지 날라와야 할 메리 트가 어디 있겠는가」하는 냉소적인 의견이 더 지배적 이다. 그저 분명한 것은 일본의 패션디자이너들은 자신의 비 지니스의 성공을 위해서 보다 큰물로 떠나고 있으며, 그것이 필연적이라고 할만큼 모두 파리로 몰리고 있다 는 사실 뿐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일본에서는 컬렉션활동에 구애받지 않 고, 자유로운 창작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소속 단 체와 협회를 탈퇴하고 독창적인 활동을 하는 디자이너 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파리 밀라노 뉴욕에 이은 세계적 패션컬렉션으 로 자리매김을 하려 했던 CFD는 어느새 단체로서의 기능성에 대한 강력한 의문과 함께, 심지어는 저널리즘 의 낮은 레벨과 디자이너들을 뒷받침해주는 기업의 자 세까지 실날하게 비판하는등, 세계속의 도쿄컬렉션 위 치정립에 내심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는 시대. 도쿄가 이쯤이면, 우리는 더더욱 할말이 없어진다. 단체도 많고 협회도 많고 컬렉션도 많은데, 결과는 언 제나 「거기서 거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런 결과를 두고 책임을 느끼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는 현실을 너무도 잘알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국제화」에 대한 개념도 우린 좀 다른 것 같다. 당장 물건을 어떻게 해외마켓에 판매할 것인가, 유럽의 유명 브랜드를 어떻게 우리나라에 수입할 것인가라는 식의 수출입, 혹은 해외생산의 기지로서의 돈계산에는 민감한데, 막상 회원들에게 어떤 시스템을 어떻게 지원 하고 제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엄두조 차 내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아무런 투자도 노력도 없이 순간의 임기응변과 요령만으로도 어떻게든 굴러갈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 큼 사회가 미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모든 경제블록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지금, 전세계와 대등한 입장하에 내몰릴때마다 입으로는「전 문가에게 맡겨달라」는 말을 하면서도, 실지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을 남몰래 불안해하는 사람 이 늘어가고 있다. 탁상공론 아닌 행동을 보여줘야 한나라의 경제나 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예고없 이 무너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든 원인은 결과로 이 어진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시대의 조건에 의해 무의미하게 떠 있었던 단체와 협회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 패션은 본의든 타의든 「On the stage」가 아니라 「Off the stage」로 내려올 것이며, 보다 현실적이고 소비자와 가까운 산업으로서의 재탄생 은 물론이고, 생산과 유통, 그리고 기획의 각방면에서 기생충이 제거되고 신규세력에 의해 교체되어질 것이 다. 자금과 입지 운영면에서 장점을 가진자 만이 진정 상대 편의 목을 노리는 진검 승부를 하게 될 것이며, 핵심과 알맹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도 필연적인 일이다. 그런의미에서 이제 어떤 단체든 협회든 탁상위의 공론 이나 구호의 시대는 종언을 거두고 있음을 실감한다. 무엇이든 하나의 지표를 가지고 판단하고 회원들의 이 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한, 무수한 인프라와 함께 존 재성 마저 위험해지는 시대가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위축되지 않고 냉정하게, 실로 위기에 빛나는 지혜로서 올바른 메카니즘과 시스템을 재구축하려는 마음가짐과 미래의식을 절감할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