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한탕주의 편집매장의 몰락.....박세은

2000-01-16     한국섬유신문
유행처럼 번져가던 편집매장의 열기가 그 시작과 마찬 가지로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탄생해 주의를 끌었던 명동의 B점, 이어 압 구정의 M과 신촌의 G점등 A급 상권을 중심으로 기세 등등 오픈된 편집매장. 작고 귀엽고 재미난 매장들이 벌집처럼 모여 10대들을 호기심을 수집하던 각 점들은 초기의 모습을 잃어가거 나 아예 폐점을 해야하는 위기에까지 몰려 있다. 탄생한지 1년도 채 않된 이들 매장들이 문제점은 관리 자와 입점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매출의 퍼센테이지를 받는 것이 아니고 평당 일일 임대 료를 받는 것이니 고정적인 현금 수입이 매일매일 입금 되는 편집매장의 운영자들은 잃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감각만으로 뭉쳐져 자본력이나 사회경험이 부족 한 입점자들은 처음에는 일일 임대 매장이라 부담없이 입점을 감행해 인지도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해 두지 않는 것이 태반으로 체계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프로정신의 결여로 매장의 이동과 입퇴점이 너 무 잦고 아무리 새로움을 찾는 고객들이라도 단골고객 층 형성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몇몇 점을 제외하고는 관리자들도 입퇴점과 임대 료 챙기기에 바빠 점 전체의 컨셉유지와 홍보에 빈약함 을 드러 내고 있다. 너무 마음들이 급했던 걸까? 효율이 오르지 않는 매장 을 급하게 리뉴얼했고 거기에 키치패션이니, 스트리트 패션을 한데 모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못해 이같은 시행착오가 발생한 것일 까. 87년 오픈해 전통을 자랑하는 이태리의 「안토니올리」 는 입점고객의 40%가 동양인, 특히 일본인과 한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편집매장에 대한 호기심을 유 감없이 보여주며 관광명소로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다. 미국의 「마이라 루이자」는 장폴고띠에, 마르탱마르지 엘라, 존갈리아노등 상품보다는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데 특히 실험성 짙은 작품을 소량만 구입하는 것을 원 칙으로 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인디자이너의 입점으로 디자이너의 등단의 새로운 장 으로도 활용되기도 했던 편집매장의 추락은 못내 아쉬 움으로 남는다. 잠시 잠깐의 유행을 집대성한 편집매장은 시장과 다를 바 없다. 아니 저녁찬거리를 장만할 수 있는 시장보다 못하다. 백화점이나 동대문에 없는 나름대로의 분명한 이미지와 컨셉, 고집이 뒤따라야 한다. <박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