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방지 유통업체가 앞장서야…허경수기자

1999-12-23     한국섬유신문
갤러리아 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서 실시한 제화 디자인 등록제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있다. 제화 디자인등록제는 IMF이후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 가 일부 브랜드로 국한되자 몇몇 업체들의 무분별한 베 끼기를 차단한다는 의도에서 시행됐다. 지난 8월 제화담당바이어를 비롯, 업체 사장 등 5명으 로 구성된 카피판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4계절로 구분, 시즌별 2회에 걸쳐 총 60개 이내의 디자인을 등록한다 는 구체적인 틀까지 마련했으나 시행한 지 4개월도 못 채우고 결국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제화 디자인등록제를 실시한 두 백화점에서 카피 로 인해 백화점내 진열을 거부 당해도 타 백화점에서의 진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예측된 상황일지 모른다.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카피에 대해 한결같이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에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피력하 고 있음에도 불구, 제화 디자인등록제를 제대로 정착시 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었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제화 업체들이 지니고 있는 장인정신 부족과 이를 부추기는 시장분위기다. 생산과 판매가 한 업체에서 일관되게 이뤄지고 있는 데 다 매출 등의 외형적인 볼륨에만 집착한 나머지 내가 만든 제품이 잘 팔리는 데 카피가 무슨 상관이냐는 억 지논리 때문이다. 심지어 백화점 매장에 진열된 제품이 도난되는 사례까 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카피를 향한 업체들의 노력 (?)이 극에 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디자인 등록제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 또 다른 이유 로 유통업체의 이기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이 제화디자인 등록제를 실시할 즈음 타 백화점에서는 대부분 이에 대해 시큰둥 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디자인 등록제가 카피문제 해결에 한계를 갖는 다는 원초적인 이유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기보다 카피한 제품이 더 잘 팔리는 것을 악용, 묵인했던 것이 다. 관련업계는 제화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타 브랜드 카피는 올해보다 더 극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피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의 장인정 신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시장구조상 불가능하다면 유통 업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 카피를 방지할 수 있 는 대책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허경수 기자>